<앵커>
지난해 숨진 아베 전 일본 총리의 회고록이 최근 나왔습니다. 거기에는 2015년 위안부 합의 조건으로 한국이 소녀상을 철거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내용도 있는데 당시 합의를 주도했던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저희 취재진과 통화에서 그런 약속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도쿄 박상진 특파원이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 아베 전 총리는 지난주 발간된 회고록에서 "지난 2015년 한국이 소녀상 철거를 약속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국 측이 지킬지 여부를 판단할 기준으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들었는데 한국 측 대표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남자 대 남자의 약속으로 믿어달라"고 일본 측 대표인 야치 국가안보국장에게 말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SBS와 통화에서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일본이 합의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시민단체와 논의해보겠다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윤병세/2015년 당시 외교부 장관 : (일본 정부가)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
이 전 원장은 합의문 발표 전날 밤 일본 총리실과 오간 내용도 공개했습니다.
소녀상 철거를 사전에 합의했다면 발표 전날 밤 일본 정부가 급하게 연락할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
<앵커>
<기자>
아베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자신은 신중한 입장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겉으로는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이런 이유를 들었지만 속사정은 달랐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양국 합의 뒤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한 자민당 의원은 위안부는 직업 매춘부라며 합의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지지 기반 이탈을 우려한 아베 전 총리가 합의의 명분으로 한국이 소녀상 철거도 약속했다는 것을 내세웠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아베 전 총리 회고록에는 위안부 문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고 하던데, 이 내용도 전해주시죠.
<기자>
일본은 위안부 합의 당시 정부 책임과 군 관여를 인정하면서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회고록에 보면 아베 전 총리는 위안부 합의 당시 사과는 했지만, 강제연행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확인한 과거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마저 부정하는 입장을 취한 겁니다.
(영상취재 : 문현진, 영상편집 : 김호진, CG : 전유근)
박상진 기자(nj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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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숨진 아베 전 일본 총리의 회고록이 최근 나왔습니다. 거기에는 2015년 위안부 합의 조건으로 한국이 소녀상을 철거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내용도 있는데 당시 합의를 주도했던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저희 취재진과 통화에서 그런 약속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도쿄 박상진 특파원이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 아베 전 총리는 지난주 발간된 회고록에서 "지난 2015년 한국이 소녀상 철거를 약속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국 측이 지킬지 여부를 판단할 기준으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들었는데 한국 측 대표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남자 대 남자의 약속으로 믿어달라"고 일본 측 대표인 야치 국가안보국장에게 말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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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SBS와 통화에서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이 전 원장은 "소녀상은 시민사회에서 설치한 것이라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며, "이면으로도 철거를 약속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합의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시민단체와 논의해보겠다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윤병세/2015년 당시 외교부 장관 : (일본 정부가)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
이 전 원장은 합의문 발표 전날 밤 일본 총리실과 오간 내용도 공개했습니다.
"당시 일본 측이 밤늦게 전화로 연락해 소녀상 이전 명문화를 요청해 왔고, 이에 위안부 합의 무효까지 거론하자 30분쯤 뒤 다시 전화가 와 요청을 취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소녀상 철거를 사전에 합의했다면 발표 전날 밤 일본 정부가 급하게 연락할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
<앵커>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말대로라면 소녀상 철거 약속은 사실이 아닌데, 그러면 아베 전 총리는 왜 그런 주장을 한 겁니까?
<기자>
아베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자신은 신중한 입장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겉으로는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이런 이유를 들었지만 속사정은 달랐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2015년 당시 일본 보수층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양국 합의 뒤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한 자민당 의원은 위안부는 직업 매춘부라며 합의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지지 기반 이탈을 우려한 아베 전 총리가 합의의 명분으로 한국이 소녀상 철거도 약속했다는 것을 내세웠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아베 전 총리 회고록에는 위안부 문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고 하던데, 이 내용도 전해주시죠.
<기자>
일본은 위안부 합의 당시 정부 책임과 군 관여를 인정하면서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회고록에 보면 아베 전 총리는 위안부 합의 당시 사과는 했지만, 강제연행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확인한 과거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마저 부정하는 입장을 취한 겁니다.
(영상취재 : 문현진, 영상편집 : 김호진, CG : 전유근)
박상진 기자(nj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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