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 이어 '위드 코로나'도 승리 선언
"양회 앞두고 방역 치적 쌓으려는 포석" 해석
지난달 3일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 내 응급병동 로비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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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지도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결정적 승리'를 거뒀다며 2년여 만에 또다시 자축하고 나섰다. 2020년 9월 '방역 전쟁에서의 승리'를 선언했다가 코로나19 재확산에 혼쭐이 났던 경험이 있지만, 다음 달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위드 코로나 성공'이라는 방역 치적을 내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글로벌타임스 등 관영 언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전날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선언했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시 주석을 포함해 7명의 상무위원으로 구성된 중국공산당 내 최고 권력 기관이다.
상무위는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 정책 전환을 두고 "완전히 옳았다"고 자화자찬했다. 전체회의 후 발표된 성명에 따르면, 상무위는 "지난 3년간 병원력이 비교적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의 광범위한 유행을 성공적으로 피해 인민 생명과 건강을 효과적으로 보호했다"며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시간을 미리 확보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비교적 짧은 시간에 방역 전환을 달성, 2억 명 이상이 치료를 받고 80만 명의 중증 환자가 효과적으로 치료됐다"며 "코로나19 사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을 유지해 인구 대국이 전염병으로부터 성공적으로 벗어나는 기적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원년인 2020년 9월에도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방역 표창 대회'도 열었다. 급속도로 코로나19가 퍼진 다른 국가들과 달리, '도시 봉쇄'를 앞세운 고강도 방역 정책(제로 코로나)으로 바이러스의 대규모 확산을 막았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후 주요 도시 곳곳에서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자 상하이·베이징 등 대도시마저 봉쇄하며 극단적 방역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러다 같은 해 12월, 급작스럽게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3년간의 제로 코로나는 바이러스 치명률이 낮아질 때까지 기다린 것이며, 적기에 방역을 완화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게 중국 정부의 논리다.
다만 이러한 중국의 '승리 선언'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컨대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2개월여 동안 코로나19로 숨진 중국인은 8만3,150명이라는 게 중국 정부 발표지만, 이는 '병원 내 사망자'만 집계한 것이며 실제로는 최소 100만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국제사회는 추산하고 있다.
이번 상무위의 '방역 성과 자찬'은 오히려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해석이 많다. 중국은 내달 4일 중국 공산당 새 지도부와 올해 주요 정책을 확정하는 양회에 돌입한다. '시진핑 3기' 체제 공식 출범을 앞두고 3년간의 방역 정책을 합리화하고, 제로 코로나 기간 동안 악화한 중국인들의 민심을 다잡으려는 포석이라는 뜻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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