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겨울 난방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한 1일 서울 중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한 입주민이 건물을 나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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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급등으로 취약계층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다급히 지원대책을 늘어놨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사각지대가 발생하면 다시 추가 대책을 붙이는 등 ‘땜질 처방’식으로 대응한 때문이다. 그러나 여섯번 이어진 누더기 지원책에도 여전히 소외된 가구들이 적잖다. 결국 정부가 재정지원에는 소극적으로 나서며 에너지 공기업에 부담을 떠넘기느라 이 같은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겨울 총 6차례의 난방비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에너지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 지원대책을 수립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부랴부랴 첫 번째 대책을 지난해 12월 28일 내놨다. 당시 산업부와 보건복지부는 연탄 쿠폰과 등유 바우처(이용권) 사용 가구의 지원 단가를 높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원 대상은 약 5만5000 가구에 그쳐 효과는 미미했다.
그러자 정부는 설 민생안정 대책 후속조치로 지난달 12일 취약계층의 가스요금 할인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원 범위를 연탄과 등유에서 도시가스로 넓혔다. 다만, 지원 폭은 약 1만2000원 늘어나는 데 그쳐 여전히 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또 역부족이었다.
실제 1월 가스요금 고지서가 가정에 발송되면서 ‘난방비 폭탄’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에 대통령실은 서둘러 지난달 26일 직접 추가 난방비 부담 완화 대책을 내놨다. 지원 규모가 적다는 지적에 따라 에너지바우처 지원액을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2배 인상하고, 가스요금 할인 폭도 2배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적은 지원 대상은 한계로 꼽혔다. 실제 에너지바우처 수급 가구는 약 118만 가구, 가스요금 할인 대상 가구는 약 160만 가구로, 소득의 약 10%나 난방비로 쓰는 에너지 빈곤층 200만 가구보다 적다.
이후 정부는 에너지바우처를 받지 못하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이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거론됨에 따라 5일 만에 또 대책을 추가했다. 가스요금 할인 지원 대상을 모든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지원 금액도 기존 난방비 대책의 최대 지원 금액인 59만2000원까지 상향 지원했다. 이전까지는 기존 지원 금액만 올리던 것에서 나아가 지원 대상도 확대한 것이다.
이번에는 형평성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취약계층은 요금 할인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나흘 만인 9일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에너지 취약계층 약 4만1000가구도 최대 59만2000원까지 난방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다섯 번째 대책을 공개했다.
이후 지난 15일 요금 할인대상 가구를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취약계층으로 확대한 대책을 내놨다. 결국, 첫 번째 대책을 내놓은 지 약 두 달 반 만에서야 비로소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등유, LPG, 연탄을 사용하는 취약계층은 요금 할인을 최대 59만2000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여전히 사각지대는 남아있다. 정부가 민간회사에 요금 할인을 강요할 수 없는 만큼 민간회사가 공급하는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가구 중 취약계층은 요금 할인 폭은 정해지지 않았다. 집단에너지협회는 “2월 중 세부 지원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난방비 지원 대부분은 국가재정 투입 대신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이 부담을 떠안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정부가 애초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이같이 뒷북 대책을 자초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겨울철 강추위를 생각하면 난방비 폭등은 충분히 예상됐다”며 “정부가 땜질 대책으로 일관해 정책 신뢰도만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 변화 등으로 에너지 고공행진이 일상화된 만큼 난방비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하고 내용은 실질적으로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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