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공공요금 인상 최대한 동결
하반기로 미뤘지만 현실화 미지수
14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 우편함에 2월 가스비 고지서가 끼워져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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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상당 폭의 가스·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추경호 부총리·지난해 12월 21일)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요금 인상 속도를 완만하게 늦추겠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달 15일)
공공요금 정상화를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 경제수장의 입장이 두 달도 안 돼 크게 바뀌었다. 이전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정책을 포퓰리즘이라 비판하던 이번 정부 역시 인위적인 억누르기를 통한 물가 다잡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누적된 부채 등 요금 인상 요인이 없어지는 건 아니어서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주의를 내건 윤석열 정부가 ‘관치’에 손을 댄 이유는 정부 통제 아래 있는 공공요금 인상이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기·가스·수도요금이 지난해보다 28.3% 급등하면서 지난달 물가상승률(5.2%)은 다시 상승 전환했다. 물가 상승폭이 전월보다 확대된 건 지난해 9월 5.6%에서 10월 5.7%로 오른 이후 3개월 만이다.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상반기 내 최대한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요금을 올리지 않거나, 높여도 소폭 조정하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여기엔 하반기가 되면 공공요금을 인상해도 물가 충격이 크지 않을 거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물가상승률이 상반기 안에 4%대로 내려간 뒤 하반기엔 3%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가 되면 물가상승률이 꺾여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억누른 공공요금이 나중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의 ‘공공요금 폭탄 돌리기’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이번 난방비 폭탄만 해도 문재인 정부가 눌러놨던 가스요금이 원인이 됐다.
전기요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인상폭(㎾h당 13.1원)은 지난해 전체 요금인상분의 68%에 달한다. 그러나 한전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정한 올해 요금 인상 수준(51.6원)과 비교하면 25%에 불과하다. 향후 상당 폭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단 뜻이다.
경기라도 좋아지면 하반기에 공공요금을 올려도 충격이 덜하겠지만, 이 역시 불투명하단 점이 걸림돌이다. 수출은 내리막길을 걷고, 내수 역시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9%로 높이면서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오히려 하향 조정(2.0→1.7%)했다.
게다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표심에 반하는 공공요금 정상화 정책을 밀고 나가는 게 쉽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하반기에 현실화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공요금 동결 조치로 당장의 국민 부담은 줄겠지만 결과적으로 언젠간 갚아야 할 공기업 부채를 키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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