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고아 속출에 커지는 우려…신원확인 난항에 빈곤·트라우마까지
"지진 피해 아동 700만명에 이를 것"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떠이 한 주택가에 두 꼬마가 시장 카트 속에 쪼그려 앉아 있다. 아이들의 뒤로는 강진으로 무너진 아파트와 잔해가 뒤죽박죽 섞여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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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부모를 여의고 홀로 남겨진 아이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12년 간의 내전으로 얼룩진 시리아에서는 아이들의 신원조차 확인되지 못하거나 아이들이 빈곤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어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지진으로 홀로 남겨진 아이들 돌봄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알레포주 진다이리스에서는 부모를 여읜 아이들의 신원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2년 간 계속된 내전으로 수백만명의 이재민과 난민들이 오가면서 정확한 인구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다이리스에서 활동하는 구호 요원 누르 아그하는 "(주민들의) 데이터베이스는 이름 목록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몇몇 아이들은 너무 충격을 받아 이름을 말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에서도 아이들의 신원 파악이 더뎌지고 있다. 데리아 야니크 튀르키예 가족사회복지부 장관은 지난 14일 이번 지진으로 최소 1362명의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며 그중 291명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홀로 남겨진 아이들은 대부분 가까운 친척에게 맡겨지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 전체 인구의 90%가 내전으로 인한 만성 빈곤에 시달리는 만큼 돌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족을 모두 잃은 조카를 돌보고 있다는 한 남성은 "이제는 딸이라 생각하고 키우려 한다"면서도 앞으로 걱정된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시리아 아동보호 비정부기관 후라스 네트워크(Hurras Network)의 라일라 하소는 "지진 이전에도 내전을 겪었던 11~14세의 아이들에서 극단선택 사례가 많았다"며 "기억하는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가장 심각하게 겪는다"고 말했다.
실어증을 겪는 아이들도 있었다. 지진으로 부모를 모두 잃은 8세 소년 무함마드는 그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려 주치의 권고로 여전히 퇴원하지 못했다.
더딘 구호 물품 지원으로 시리아 내 지진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프린 지역 보건국장인 아흐메드 하지 하산은 "시체 주머니가 줄줄이 오기 전에 먼저 지원을 받았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유니세프는 지진 피해를 겪는 어린이는 튀르키예 10개 주에서 약 460만명, 시리아에서는 2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잉글리시 유니세프 긴급 소통 전문가는 CNN에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지진으로 정말 많은 아이들이 부모나 보호자를 잃었을 것이 분명하다"며 "이런 재난 상황에서 가족과 떨어진 아이들은 인신매매나 성폭력을 포함한 학대와 착취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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