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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비자 발급 상응 조치 미적대는 중국…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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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지난 11일부터 한국행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재개했습니다. 지난달 2일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우려해 비자 발급을 중단한 지 40일 만입니다. 지난 10일 비자 발급 재개를 발표할 때만 해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주말인 11일부터 재개한다고 했을까. 11일과 12일은 주말이라 중국에 있는 대사관과 모든 영사관이 비자 업무를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비자 업무는 13일 월요일부터 시작되니, 13일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했어도 결과는 같습니다.

의문은 13일 풀렸습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에게 비자 발급 정상화에 이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도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중 교류에 지장 없도록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국이 중국에 선제적으로 취했던 방역 조치들을 잇따라 풀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무엇보다 경제를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한국의 무역 적자는 126억 9,000만 달러(15조 6,000억 원)로, 월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최대 교역국인 대 중국 수출액은 31.4% 감소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선 방역도 중요하지만,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굳이 13일 재개한다고 발표하지 않고, 11일 재개한다고 발표한 것도 '하루라도 빨리 교역과 교류를 정상화하자'는, 일종의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였을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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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발급 재개 소식에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커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중국을 상대로 비자 발급 중단과 항공편 증편 제한 등의 조치를 먼저 취한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입국자에 대해 PCR 검사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중국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 중단, 한국인 입국자 PCR 검사 등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중국인 단체 해외여행을 허가하면서 대상지에서 한국을 제외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감정도 악화했습니다. 한국 방역 당국이 중국발 입국자 중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는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단기 체류자에게 노란색 카드를 목에 걸게 했는데, 이게 중국인들의 감정을 자극했습니다. 단기 체류자는 대부분 중국인일 수밖에 없었는데, 중국인들에게 노란색 카드 목걸이는 과거 문화대혁명 당시 목에 팻말을 걸어 끌고 다니며 망신을 주는 장면을 연상케 하는 것 같았습니다. 중국 SNS에는 '비자 발급을 재개해도 한국에 안 간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외였습니다. 지난 10일 베이징에 있는 주중 한국대사관에 접수된 한국행 비자 신청 건수는 109건이었는데, 13일에는 272건으로 늘었습니다. 2.5배 증가한 것입니다. 상하이는 13일 오후 3시 기준으로 470건 접수됐는데, 이는 비자 정상화 이전 하루 평균 170건의 3배 가까운 수치입니다. 470건 가운데 60%는 관광 비자였습니다. 한국 방문과 관광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이 SNS에 표출되지 않았을 뿐 물밑에서 커지고 있었던 셈입니다.

한 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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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이제 중국이 언제 보복 조치를 푸느냐입니다. 지난 10일 한국 정부가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 제한을 해제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중국은 곧바로 상응 조치에 나서는 듯했습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표하는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국인의 중국행 단기 비자 발급을 대등하게 재개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외교부가 '적극 고려하겠다'고 입장을 내는 일은 드뭅니다. 당장 지난 주말이나 늦어도 이번 주초에는 상응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상 기류가 감지됐습니다. 13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10일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 워딩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 중 민감한 내용이나, 혹은 '너무 나갔다' 싶은 내용이 있으면 내용을 정정해 올려놓습니다. 일종의 '마사지'인데, 이 수정문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수정문에는 "중국은 한국인의 중국행 단기 비자 발급을 적절한 시기에 고려할 것"이라고 돼 있습니다.

앞서 '적극 고려할 것'이 '적절한 시기에 고려할 것'으로 바뀌었고, '대등하게'라는 표현도 빠졌습니다. 한국이 조치를 푼다고 '대등하게' 곧바로 푸는 게 아니라, 한국의 다른 조치나 중국 상황을 본 뒤 '적절한 시기에' 보복 조치를 풀겠다는 의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13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 재개를 현재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분명 10일 브리핑 내용보다는 한발 후퇴한 내용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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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그렇다고 중국이 보복 조치를 아예 안 풀지는 않을 것입니다. 앞서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중국인의 입국을 제한하자 "중국에 대한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방역 조치는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랬던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보복 조치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중국도 경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한국에 "비자 발급을 재개하기 위해선 기술적인 부분이 남아 있어 며칠 더 걸릴 것"이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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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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