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BTS·엑소 품은 ‘슈퍼공룡’ 등장…K팝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건물.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BTS), 엑소, NCT 등을 보유한 K팝 초대형 기획사의 탄생이 가시화됐다. BTS 소속사 하이브가 한류를 이끈 28년 역사의 SM엔터테인먼트를 전격 인수하면서다.

하이브는 지난 10일 SM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SM 지분 18.47% 가운데 14.8%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당 12만 원, 총 422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하이브는 SM의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하이브는 보도자료를 통해 “SM 인수는 양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해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다음 달 1일까지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SM 지분을 25%까지 공개 매수 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공개 매수에 성공하면 최대 40%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SM의 경영권은 하이브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거래는 SM 내부 경영권 분쟁 중에 진행됐다. 지난 7일 카카오가 SM 현 경영진과 손을 잡고, SM 지분의 9.05%를 유상증자 등의 형식으로 확보하기로 하면서다. 지난해 10월 SM과의 프로듀싱 계약이 조기 종료됐던 이 전 총괄 측은 유상증자를 위한 신주 등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반발했다. 카카오가 SM 지분 확보 방안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이 전 총괄은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 손을 잡았다.



“K팝 사상 유례없는 거대 IP 생산 가능”



중앙일보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공연하는 방탄소년단(BTS).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이브의 SM 인수는 단순한 지분 매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업계에선 두 거대 기획사의 시너지 효과에 주목한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하이브와 SM이 손을 잡으면서 K팝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 IP(지식재산권) 생산이 가능해지는 단계에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SM의 28년은 한류의 역사와 같다. 1990년대 H.O.T.로 시작해 2000년대 보아·동방신기가 일본에 진출하며 해외 성공 신화가 시작됐다. 이후 소녀시대·샤이니·엑소·NCT 등 굵직한 그룹들이 이어졌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하이브는 이미 규모로서 3대 기획사를 넘어선 지 한참 됐지만, 대중의 인식 속에선 3대 혹은 4대 기획사 중 하나였다”며 “이번 거래에서 하이브의 가장 큰 성과는 SM을 세운 이수만 프로듀서로부터 요청을 받았다는 '명분'과 SM으로부터 시작된 K팝의 흐름에 편입하게 된 '역사'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브는 BTS를 발굴해 K팝을 세계 정상급으로 올려놓은 경험이 있다. 이후 다양한 레이블을 통해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뉴진스·르세라핌 등 인기 그룹 라인업을 탄탄히 갖춰 왔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3~4년 전 SM이 북미 등 해외 시장을 뚫으려 할 때 '당신네가 코리아 넘버 투인가. 그럼 같이하면 되겠네' 하면서 일하기 편했다고 하더라”면서 "하이브는 이미 BTS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이 깔렸기 때문에 SM의 IP를 태워 보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경영 리스크 사라져야”



중앙일보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SM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지분을 매수해도 카카오의 반격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아직 추가 지분 매입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프로듀서 개인이나 일부 경영인들로 인해 시장이나 기업이 흔들리는 상황을 우려한다. 김도헌 평론가는 “이수만은 프로듀서로서는 역량이 대단하지만, 경영자로서는 리스크(위험)를 많이 만들었다”면서 “지금과 같은 비상식적인 경영은 앞으론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SM에서 이수만의 위치가 대단한데, 사전 설득·설명 작업 없이 하루아침에 하이브로 회사를 넘긴 것은 SM 팬들과 내부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처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우 위원은 “일본은 아티스트(가수)가 중심이 되지만, 한국은 SM 이수만, JYP 박진영, YG 양현석, 하이브 방시혁 등 카리스마 있는 프로듀서가 회사를 끌고 간다”면서 “이 때문에 고속 성장은 가능했지만, 장기적으로 음악 시장이 선진화되려면 프로듀서 한 명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작가 평론가는 “이번 거래는 SM 보다는 이수만, 하이브 보다는 방시혁에게 이익이 있는 것”이라면서 “하이브에 SM 라인이 들어가면 내부적으로 복잡해지고, 혼란이 정리되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거대 기획사의 탄생으로 안그래도 힘든 중소 기획사, 인디음악계, 90년대 가수들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