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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미국 드론 배달로 돈 버는데…한국선 꿈 같은 얘기[아직도 신발 속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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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와 달리 드론 배송 서비스도 못해

화학물질 중복 규제로 기업 업무 부담↑

엄격한 녹지 확보 규정으로 화학업체 고민

헤럴드경제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회사인 윙의 드론이 물건을 싣고 배달에 나서고 있다. [윙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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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국내 혁신 산업이 규제에 가로막혀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경제 6단체장을 만난 뒤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 기업들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국내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가 산재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선 해외와 달리 드론 배송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 드론을 운송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은 데다 무게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다중 규제로 기업의 행정적 부담이 커지고 있고, 신규 투자까지 막히는 사례까지 나타나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에서 드론을 활용해 배송 서비스를 시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월마트는 6개 주, 34개 매장에 드론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드론 자회사인 윙은 아이스크림 업체 등과 손잡고 드론 배송 사업을 하고 있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생활물류서비스법상 운송수단이 이륜차, 화물차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드론을 운송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드론을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한 제도도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규제로 인해 공공기관 발주에서 대기업 제품은 불리한 위치에 있다. 자연스레 주요 대기업들은 드론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조종사 시야를 벗어난 곳에서 드론을 운행해선 안 되는 ‘비가시권 운항 금지’ ▷드론 무게 25㎏ 초과 금지 등도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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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I 수소드론이 피서객 안전 모니터링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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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화학물질 관련 중복 규제는 기업의 업무 부담을 늘리고 있다. 현행법에는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화학물질등록평가법(이하 화평법),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등이 화학물질 사용 시 준수 사항을 언급하고 있다. 문제는 3개 법안을 다루는 기관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실제 화관법은 화학물질관리협회가, 화평법은 한국환경공단이 처리한다. 산안법 관련 사안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담당한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화학물질 사용 및 수입 시 3개 기관에 제출할 행정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나아가 화평법상 기존화학물질인데 산안법에서 신규화학물질로 분류될 경우, 기업은 해당물질에 대한 유해·위험성 조사보고서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 생명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업체들은 규정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중복 규제로 업무가 많아져 일선 직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화학업체들은 산업단지 녹지 확보 규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업규제완화법에 따르면 산업단지 면적이 300만㎡이상인 경우 산업단지 면적의 10%~13%를 녹지로 갖고 있어야 한다. 화학업체들은 기존 공정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신규 생산라인을 기존 공장 인근에 건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업체들은 증설 규모를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제5차 수출 애로 타개 및 확대를 위한 업종별 긴급 대책 회의’에서 “녹지 확보 규정 때문에 기업이 친환경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녹지율 축소 또는 대체 녹지 확보 등을 통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은 법안 발의를 많이 할수록 성과로 인식한다. 이로 인해 어떤 사회적 현상이 발생하면 치밀한 고민과 연구 없이 법안을 즉흥적으로 발의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번 만들어진 법은 고치기 어렵다. 자연스레 규제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악순환을 막기위해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법안에 대한 제동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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