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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간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이어온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후임으로 경제학자이자 금융 정책에 정통한 우에다 가즈오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이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우에다 전 위원은 일본은행에 의한 제로금리 도입을 이론적으로 지원했고, 장기적 완화 정책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에다 전 위원이 전후 처음으로 경제학자 출신 총재에 오르게 되면 물가 상승, 채권시장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을 보이고 있는 금융 완화 정책을 어떻게 검증하고 수정할지 주목된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4월 8일 임기가 만료되는 구로다 총재 후임으로 우에다 전 위원을 지명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굳혔다. 일본 정부는 신임 총재와 2명의 부총재에 대한 인사안을 이르면 오는 14일께 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 총재 임기는 5년이며 중·참의원의 동의를 거쳐 임명된다. 당초 일본 정부는 새 총재로 아마미야 마사요시 부총재를 타진했으나 구로다 총재 체제에서 금융 정책을 운영해온 자신은 총재 자리에 적절치 않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다 총재와 호흡을 맞춰왔고 금융 완화에 긍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비둘기파'로 평가돼온 아마미야 부총재 대신, 우에다 전 위원이 총재 후보로 부상하자 시장에서는 엔화가치가 한때 달러당 131엔대에서 129엔대로 올랐다. 이에 대해 금융 완화 정책 수정에 대한 예측이 나오며 엔화 매입, 달러 매도가 증가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지난 6일 아마미야 부총재가 총재 후보로 타진되고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일본은행이 금융 완화 정책의 수정폭을 상대적으로 줄이거나 수정에 신중을 기할 수 있다는 전망에 엔화가치가 전 주말에 비해 한때 달러당 4엔가량 떨어져 132엔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미즈호증권 관계자는 "금융 정책의 계속성을 중시할지, 개혁을 전면에 내세울지 측면에서 본다면 (금융 완화의) 계속성을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마미야 부총재"라고 평가했다.
우에다 전 위원이 총재가 될 경우 태평양전쟁 이후 처음으로 경제학자가 총재 자리에 오르게 된다. 우에다 전 위원은 일본을 대표하는 금융 정책 전문가이며 도쿄대 졸업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도쿄대 교수 등을 지냈다. 특히 1998년부터 7년여간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일본이 1990년대 후반부터 디플레이션에 빠진 상황에서 1999년 제로금리 정책과 2001년 양적완화 정책의 도입에 대해 이론적으로 지원했다. 그 후 20년 넘게 장기 완화 정책에 정통한 학자로 꼽혀왔으며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국제적 경제학자인 만큼 해외 중앙은행이나 시장과도 원활히 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우에다 전 위원이 일본은행을 이끌게 되면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어느 정도 수정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8차례 올리는 등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구로다 총재가 이끄는 일본은행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금융 완화를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미·일 간 금리차가 확대돼 엔화가치 약세의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우에다 전 의원은 10일 현재 대규모 금융 완화를 지속하는 일본은행의 정책에 대해 현지 언론에 "기본적으로는 노선을 답습한다. 금융 완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정책 변경은 곤란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만 그가 금융 완화만을 중시하는 비둘기파적 성향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2002년 일본은행에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요구가 높아졌을 때 인플레이션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1월 달러당 115엔 수준이었던 엔화가치는 그해 10월 32년 만에 최저치인 151엔대로 내려가기도 했다. 일본 소비자물가상승률(신선식품 제외·전년 동기 대비)은 작년 1월 0.6%였으나 4월부터 2%대로 올라섰고 9월에는 3%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1년여 만의 최고치인 4%였다. 10년물 국채를 기준으로 하는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시장 왜곡이 발생했고 채권시장의 기능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평가도 있다.
시장에서는 구로다 총재 퇴임 이후 금융 완화에 대한 추가적인 수정이나 본격적인 개편 등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후임 총재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려왔다.
한편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부총재 자리에는 히미노 료조 전 금융청 장관,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이사가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 김규식 특파원 / 서울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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