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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지진 피해 구호지원을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알아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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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리아 군인들이 8일(현지시간) 알레포 국제공항에서 이라크 정부가 보낸 구호물자를 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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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이번 대지진 참사를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 제재 해제를 요구하기 위한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진 발생 직후 아사드 정부가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시리아에 대한 구호 지원은 시리아 정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었다.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원도 시리아 정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 북부 지역은 이번 지진이 발생하기 이전부터도 국제 사회의 원조 물품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반군 장악 지역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국제사회 원조 통로인 바브 알하와 국경통제소로 이어지는 도로가 지진으로 훼손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4년 반군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구호통로 4곳을 추가로 더 제시했지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를 통한 구호를 주장하며 반대하는 바람에 현재도 바브 알하와가 유일한 통로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바브 알하와에서는 구호물품 대신 튀르키예에서 지진으로 사망한 시리아인들의 시신 가방만 통과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센추리재단의 시리아 전문가 아론 룬드는 “분명 이번 지진은 아사드 정권에게 ‘나와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줄만한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아사드 대통령이 똑똑하다면 자신이 통제하지 않는 (반군 장악) 지역에 대한 구호 지원도 도와 책임 있는 지도자처럼 보일 기회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는 매우 고집스럽다”고 말했다.

반군 장악 지역에 대한 긴급 구조 노력에 사실상 도움을 주지 않고 있는 아사드 정권은 대신 국제 사회 제재 때문에 수색과 구조활동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만 키우고 있다.

실제 제재 때문에 튀르키예와 달리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시리아를 적극적으로 돕는 국가는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 정도다. 할리드 하브바티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CRC) 시리아 책임자는 “봉쇄와 제재로 구호팀을 수송할 연료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외교부는 오랜 제재로 구호장비가 부족해 구조대원들이 작업하는 데 두 배의 시간이 걸리고 주민들이 맨손으로 폐허를 파야 할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번 지진이 시리아에 손을 내미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미국은 정부가 아닌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해 시리아인들에게 원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8일 시리아가 처음으로 지진 피해에 대해 EU에 도움을 요청해 왔다면서, 650만유로(약 88억원)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사드 정권에게 물품이 전용되지 못하도록 확실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호 전문가들은 지금은 무엇보다 시리아 생존자를 구조하고 지진 피해를 지원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월드비전은 “지진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겪은 아동과 주민들은 영하의 기온에서 거주지도, 식량도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수많은 고통을 겪어온 주민들을 중점에 두고 우선시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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