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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삼고초려’ 김기현, 나경원과 화학적 연대 이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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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지난 7일, 김기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사진 왼쪽)가 나경원 전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날 취재진 앞에 선 나 전 의원은 이날 뭔가 불편한 듯한 표정을 보여 화학적 연대는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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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의 ‘삼고초려’ 끝에 나경원 전 의원이 화답했다. 지난 7일, 김 후보와 나 전 의원이 오찬 회동을 갖고 취재진 앞에서 ‘김나 연대’를 공식화했다.

앞서 김 의원은 나 전 의원과의 연대를 위해 지난 3일에는 서울 자택을, 이틀 뒤인 지난 5일엔 가족 여행지였던 강원도 강릉을 찾아가는 등 심혈을 기울였던 바 있다.

다만, 정가에선 이날 나 전 의원의 연대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나 전 의원이 김 후보의 제의를 수용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을 지지하는 지지층이 김 후보에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화학적 연대가 아닌 ‘물리적 연대’에 그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김 후보와 나 전 의원은 지난 7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이날 오찬 회동 직후 취재진 앞에서 섰다.

나 전 의원은 “지금 당의 모습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분열의 전당대회로 되어가는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깝다. 우리가 참 어렵게 세운 정권”이라며 “우리가 생각해야 될 건 윤석열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 그리고 내년 총선 승리 아니냐”고 입을 뗐다.

그는 “그 앞에 어떤 사심도 내려놔야 한다. 오늘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많은 이야기, 또 당에 대한 애당심, 충심에 대해 (김 후보와)충분히 이야기를 나눴고 많은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도 “20년 세월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보수 우파 정당의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들에 대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화답했다.

이어 “앞으로도 보수 우파의 가치를 더 잘 실현해서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 그리고 더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함께 더 많은 의견을 나누고, 또 자문을 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압승을 위해서 나 대표에게 더 많은 자문을 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입장 표명이 김 후보의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김 후보는 “저와 함께 앞으로 여러 가지 많은 논의를 하겠다고 하는 의미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어 “여러 차례 말했지만 나 전 대표가 우리 당에 대한 애정, 윤석열정부의 성공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같이 공조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부연했다.

‘이날 만남이 입장의 변화를 의미하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나 전 의원은 “많은 인식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당의 모습, 전당대회 모습에 대한 걱정이 많이 있다. 결국 지금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고, 해야 할 일이 많은 시기”라며 “국정운영이 성공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역할을 하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취재진 질의가 계속되자 두 사람은 “이 정도까지만 하시자”라고 마무리한 채 자리를 떴다.

이날 취재진에 잡힌 나 전 의원은 웃음을 짓긴 했지만 묘한 표정을 유지했다. 보통 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돕기로 하는 경우는 미소가 만면한 법이지만 이날 나 전 의원의 표정은 ‘후련함’이나 ‘기쁨’보다는 그 반대쪽에 가까웠다.

이를 두고 정가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이 김 후보로부터 지지를 ‘강요받은’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8일, 이준석 전 대표는 두 사람의 연대 기자회견 언론 보도에 대해 “식당서 나오는 사진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저 사진 보고 천하람 후보가 농담 삼아 ‘서울가정법원 밖으로 나오면서 많이 보이는 장면’이라고 묘사했다”고 비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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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와 대화 나누는 나경원 전 의원 ⓒ고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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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나 전 의원이 큰 정치인인데 본인에게 어떤 수모와 모욕을 가했는지, 저는 너무 잘 안다. 여기서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넘어갔을 때 본인이 어떻게 인식될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천하람 후보도 “마치 강요받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역풍이 불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 후보의 이 같은 주장은 오찬 회동 직후 나 전 의원의 ‘마뜩지 않는 얼굴 표정’을 근거로 들었다.

천 후보는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김기현 후보가 ‘사람들이 나를 도우려 하다 보니 과도하게 공격했다. 마음이 내킨다면 저를 도와 달라’는 메시지를 낸다면 나 전 의원이 직접 손을 내밀지 않아도 그의 지지층 마음이 풀릴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이 굉장히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사실상 압박을 받아 지지 선언을 강요받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그러면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은 안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후보의 (나 전 의원에 대한)명확한 사과 메시지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은 안 움직인다. 지지층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한 것이고, 그런 정도로 김 후보가 조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나 전 의원과 김 후보 사이에는 채 희석되지 못한 앙금이 남아있다. 앞서 나 전 의원은 복수의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등 유력 당권주자로 분류됐다. 이 같은 여론조사가 잇따르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및 대통령실로부터 공격과 견제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지난달 17일 ‘대통령을 흔들고 당내 분란을 더 이상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문을 내고 “자신의 출마 명분을 위해 대통령을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나 전 의원은 지금 누구와 어디에 서 있느냐?”고 공격했다.

초선 의원들은 “나경원 전 의원의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에 우리 초선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반대했던 저출산 대책을 위원장인 대통령의 승인도 없이 발표해 물의를 야기하고도 별다른 반성 없이, 대통령에게 사표를 던진 건 나 전 의원 본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연판장까지 돌리며 나 전 의원에 대한 압박에 동참했고 결국 나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른 일각에선 두 사람의 연대가 공식화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김 후보와 나 전 의원은 9일 오후에 예정돼있는 ‘새로운 민심 전국대회’에 참석하며 본격적인 공개 일정에 돌입했다.

이날 나 전 의원이 공개석상을 통해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등 직접적인 지원사격은 불가하지만 함께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는 효과가 있는 만큼 사실상 연대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현행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협위원장들은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이 불가하다.

한편 전국청년위원장 협의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우리 청년위원장들은 당의 낮은 곳에서 일하는 참 일꾼”이라며 “당정의 조화와 국정 에너지 극대화, 그리고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김기현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 후보 지지 기자회견엔 허진 협의회장 및 각 시도당 청년위원 10여명이 함께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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