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시장 급변 ‘득보다 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이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일본만 남겨둔 가운데 양사의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항공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통합 국적 항공사를 출범시킨다는 당시 KDB산업은행의 전략이 현재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은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를 결정한 지난 2020년 11월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적 항공사 통합이 항공업 정상화의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항공 시장이 빠르게 회복됨에 따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꼭 인수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초대형 국적 항공사 출범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13조4127억원, 영업이익 2조883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각각 53.2%, 96.9% 증가하는 등 시장이 완연히 회복세에 들어섰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영업환경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작년에는 화물사업 수익 확대, 여객 수요 회복이 맞물렸다. 올해부터 화물 운임 하락에 대한 전망도 있으나, 본격적인 리오프닝으로 여객 수요가 확대돼 이를 만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수요 급증에도 제한적 공급 증가로 항공권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점이 항공사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해외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슬롯(공항 이착률 횟수)을 현지 항공사에 넘기고 있어 사실상 대한항공에 인수된 아시아나항공은 과거처럼 운항 정상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런던 운항 중단으로 매출 감소 등 사업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영국을 넘어 미국 등 주요국 승인을 위해 이같은 방안으로 독과점 해소에 나설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독립 항공사로서 사업 기반을 상실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두 항공사의 통합으로, 항공권 가격 상승, 서비스 하락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주로 단거리 중심으로 운항함에 따라 중장거리 노선은 국적기 중 대한항공이 독점하게 된다. 두 항공사의 시장 경쟁을 통해 형성됐던 가격 경쟁력, 서비스 향상 등의 이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항공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국적 항공사 통폐합이 해결책이었다”며 “하지만 2년 새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 통합 국적 항공사 출범이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미 기자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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