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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똑같은 음반을 수백장씩 산다…'8조 K팝시장' 먹여살리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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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1년 미국 LA에서 열린 BTS 콘서트 스타디움이 팬덤 아미의 보랏빛 물결로 가득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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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얘기하면서 팬덤 ‘아미’(army)를 빼놓을 수 없다. 영미권 언론이 BTS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데에도 아미의 힘이 컸다. 이토록 열정적이며 충성도 높고 심지어 헌신적인 집단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이들은 ‘코어 팬덤’(Core Fandom)으로 분류한다. 팬데믹 기간 K팝을 처음 접한 글로벌 팬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코어 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팝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라이트 팬’과 달리 코어 팬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새 음반이 나오면 7∼11장, 많게는 수백장을 산다. 여기에 사비를 들여 아이돌 멤버의 ‘생일 카페’를 열고 수천만 원이 드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 억대의 비행기·KTX 도배(래핑)광고를 진행해 아티스트의 얼굴을 직접 전시·홍보한다. 단순한 호감만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운 일이다.



엔터 4사 코어 팬덤 약 35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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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IBK투자증권따르면 하이브, SM, JYP, YG 등 K팝 기획사 4사의 코어 팬덤 규모는 약 350만명으로 추정된다. 소속사별로 보면 하이브가 160만명으로 가장 많고, SM(76만명), JYP(64만명), YG(42만명) 순서다. 가장 많은 코어 팬덤을 가진 아이돌은 BTS로, 70만명에 달한다. 이외에도 NCT(35만명), 세븐틴(32만명), 스트레이키즈(32만명), 블랙핑크(28만명),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25만명), 엑소(13만명) 등도 든든한 코어 팬을 가지고 있다.

엔터사 매출의 상당 부분은 코어 팬으로부터 발생한다. 4대 엔터사의 코어 팬 1인당 연간 매출 기여액을 계산하면 52만~104만원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하면 1조8200억~3조6400억원 사이라는 말이다. 코어 팬덤의 규모는 K팝을 즐기는 전체 글로벌 대중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다. 즉, 앞으로 성장 여력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K팝 아이돌 팬덤 산업(팬더스트리)의 규모는 8조원에 달한다.

이환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10대부터 30대까지 인구수를 고려해 볼 때 코어 팬덤의 절댓값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앞으로 다양한 활동과 활발한 신규 아티스트 데뷔를 통해 코어 팬덤 수의 확장 여지는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BTS 앨범 판매량 38%는 옛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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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어 팬덤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건 비단 앨범 판매량뿐만이 아니다. 이들의 팬심은 음악 산업의 구조를 바꿔나가고 있다. 앨범과 공연 티켓 구매는 기본, 음악 산업 필수 품목이 된 굿즈 시장과 온라인 유료 콘텐트 판매까지 코어 팬덤 없이는 시장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분야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는 커뮤니티나 개인 소셜미디어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팬을 한 플랫폼으로 모아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팬 커뮤니티 서비스는 산업의 미래로 꼽힌다. 지난 2~3년간 K팝 산업이 창조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위버스(하이브)와 버블(SM)이 여기에 속한다.

코어 팬덤이 늘어난 근거로는 구보 판매의 급증을 꼽을 수 있다. 누군가가 신규 앨범뿐 아니라 과거 앨범까지 사들인다는 건 해당 가수에 대한 관심이 커져 본격적인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지난해 BTS 앨범 총 판매량의 38%는 과거에 발매된 구보였다. 이는 팬데믹 기간에 BTS를 알게 된 신규 코어 팬이 과거 앨범까지 사 모으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구보 판매 증가 덕에 당분간 BTS 활동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 앨범 매출은 보장될 전망이다. 걸그룹 중에서는 트와이스와 레드벨벳의 구보 판매가 최근 급증했다. 두 그룹 모두 구보 판매량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최대 앨범 판매량을 달성했다. 덕분에 ‘마의 7년’을 가뿐히 넘기고 소속사와 재계약해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혜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어떤 가수를 좋아하기 시작한 시점과 실제 소비가 일어나는 시점에는 차이가 있다. 보통 ‘입덕’ 1∼2년 이후부터 소비가 일어난다”며 “팬데믹 기간 동안 유입된 K팝의 라이트 유저들이 이제부터 속속 헤비 유저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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