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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평소 고효율화 해놨다면 난방비 폭탄 부담 줄일 수 있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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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성인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역대 정부 모두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 내놨으나,

고유가 상황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원점 복귀"

"관련 정책 강력·지속적으로 추진해야 반복 안해"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지난 20여년 간 역대 모든 정부가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고유가 때 난리 치다가 안정화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으로 돌아갔다. 앞으론 정말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에너지 효율 우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데일리

이성인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사진=대한전기협회)


이성인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고효율화를 해놨다면 현 위기에 따른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치권과 정부가 지난달 ‘난방비 폭탄’ 이후 부랴부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에너지 효율 개선이란 근본적 노력 없인 결국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일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에 앞서 미리 고효율의 친환경 보일러 보급을 확대하고 단열 공사를 했다면,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장려했다면 소비자 개개인의 부담은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2008년의 에너지 위기 때도 정부가 민간 상업시설의 온도를 제한하고, 지하철 운행을 줄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그때뿐이었다. 정부도 국민도 언제 그랬냐는 듯 에너지 효율 개선 노력은 축소됐다. 당시 관련 정책을 주도하던 총리 산하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와 지식경제부 산하 에너지절약추진단도 축소를 거듭한 끝에 산업부 일개 과(에너지효율과)로 줄었다. 산업부가 아무리 거창한 계획을 발표해도 기획재정부의 예산 반영 없인 실행력을 확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현 정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6월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에너지 수요효율화 대책을 내놨으나 올해 관련 예산은 삭감됐고, 정치권에선 눈앞의 에너지 대란에 놀란 나머지 서민층 현금 지원 확대 논의만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위원은 “많은 노력이 있지만 기대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각종 사업을 법적으로 지원키로 한 반면 우리는 충분한 실행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등 계획은 잘 갖춰져 있는 만큼 축소된 정부 조직을 되돌리는 등 계획의 이행력과 실효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격 기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난해처럼 억제했던 요금을 한꺼번에 올려 충격을 배가하기보다는 원가를 곧장 반영해 소비자의 즉각적인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소비자요금을 억제하고 한전 등에 부담을 지우더라도 언젠가는 이를 소비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렇게 되면 국가 전체적으론 가격이 비쌀 때 에너지를 많이 수입하고 쌀 때 조금 수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울 때 정부와 국민이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더 낫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대신 각각의 소비자가 효율향상에 나설 수 있도록 융자 지원을 강화하고, 고객 효율향상 지원 의무를 부여하는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제도(EERS)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시범 도입 중인 EERS가 의무화하면 한국전력이나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 공급 기업은 소비자의 효율 향상 목표치를 부여받게 된다. 정부도 지난해 6월 이를 추진키로 했으나 아직 이에 필요한 관련 법 개정 절차를 밟는 중이다. 그는 “각각의 에너지 소비자가 더 스마트해지지 않으면 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며 “정부도 소비자의 효율화 노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각 소비자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이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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