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 외환시장 개방 예고에 "외국인 놀이터‧환율 변동성 커질라" 우려

외환당국이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 외환시장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해외 금융기관에 외환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국내 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새롭게 진입한 해외 금융기관에 외환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 또 외국자본 영향력이 커지면 환율 변동성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은행권 안팎에서는 '원화의 국제화'라는 장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정책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수익 발굴 기회 모색, 은행 간 외환거래, 국내 대고객 영업에서 외국 은행들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발표된 내용과 관련해 가장 크게 우려되는 대목은 외환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다. 현재 국내 외환시장은 오전 9시에 장을 시작해 오후 3시 30분 종료되는 방식인데, 이를 런던시장 마감 시간에 맞춰 한국 시간 기준 새벽 2시까지 운영하고 장기적으로는 24시간 운영을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 당국 구상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심야시간대 유동성 부족 혹은 역외 영향력 확대에 따른 시장 변동성·쏠림 현상이 심화돼 이벤트 발생에 따른 시장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영선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섹션장은 "시장 참여자들이 우려하는 두 가지 중 하나는 장을 열어놨는데 흥행이 부진해 시장 유동성은 없고 호가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버거워지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플레이어들이 주도권을 가져가고 기존 참여자(국내 은행)들은 별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 상태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점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국내 은행들의 인력 운영과 운영리스크 관리, 거래시간 연장에 따라 각종 회계기준에 적용될 MAR(기준 환율), 1회 차환율 기준 등에 대한 혼선이 야기될 수 있다는 측면도 외환시장 개방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로 제기된다. 또한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에 맞서 외환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이에 외환시장 개방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달러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심야시간에 쏠림 현상 발생 시 자연스러운 유동성 정화 작용이 될 정도로 원화에 대한 질적 성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며 시장 참여자 간 불평등한 요소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면서 "제도 시행 시기와 세부 실행 방안 등에 대해서도 당국과 민간 간에 긴밀한 소통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주경제=배근미 기자 athena350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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