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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국어 4등급이 중앙대 공대 합격” 통합수능 2년차, ‘수학’이 당락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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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대학 정시 결과가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국어에서 3·4등급을 맞은 학생들이 이른바 ‘명문대’에 합격하는 이변이 나오고 있다. 문·이과 통합수능 2년차인 올해 대입 결과에서 수학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시업계에서는 향후 추가 합격 발표 시 서울에 있는 주요대에 수학 점수가 높은 국어 5등급·6등급 학생도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학 성적이 좋다는 이유 만으로 문해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합격시키는 것이 맞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비즈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 17일 대구 수성구 대륜고등학교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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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종로학원 등이 올해 중앙대 정시 최초합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창의ICT공과대학에 국어 4등급을 받은 학생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생은 국어에서 4등급을 받았지만 수학에서 1등급을 받았다.

앞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에 국어에서 3등급을 받은 학생이 합격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 학생 역시 수학에서 1등급을 받았다. 정시모집은 모집군별 중복 합격으로 추가 합격자가 발생하기에 대학별로 국어에서 더 낮은 등급을 받은 합격자가 다수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입시업계에서는 일부 지방 의대에서도 국어 3등급 합격자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대학생들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반발하기도 했다.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국어 3등급 합격생에 대해 “수시에서는 더한 경우도 많았는데 드러나지 않았던 것” “전공서적이나 제대로 읽을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국어 1등급과 3등급의 차이는 서울대 로스쿨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타 대학 로스쿨 합격률 수준으로 차이 날 듯”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2020년에 서울대를 졸업한 직장인 정모(28)씨는 “점수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문과 이과를 떠나 학문의 기본은 문해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어 등급이 현저히 낮은 학생이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국어를 홀대 하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국어 하위권이 서울 주요대에 합격하는 이변이 발생한 것은 수능 수학과 국어의 난이도 차이 때문이다. 수학 난이도가 매우 높고 국어는 상대적으로 쉬워 수학의 표준점수가 국어보다 훨씬 높아졌다.

2023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134점으로 2022학년도 수능 대비 15점 하락했고, 국어영역 1등급 컷 표준점수 또한 2022학년도의 131점에서 126점으로 내려갔다. 반면 수학영역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145점으로 국어영역의 만점과 11점 차이가 난다. 1등급 컷 표준점수 또한 133점으로 국어영역과 5점 차이다. 4등급부터 6등급까지는 국어의 표준점수가 수학보다 높다.

수학 성적이 높고 국어 성적이 낮은 학생이 반대인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셈이다. 각 대학에서 점수를 반영하면서 수학에 가중치를 더 둔 경우가 많아 실제 차이는 더욱 확대됐다. 다수의 문과 수험생들은 “국어를 강점으로 삼았던 학생들이 입시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문·이과 구분이 없는 통합수능이 2년 차에 접어들며 명암이 더 짙어졌다고 지적한다. 첫 해 국어와 수학의 난이도가 유지되면서 수학의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로 이과생이 유리했다면, 두 번째 해인 작년 수능은 오로지 수학을 잘 봐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험이 됐다는 것이다. 절대평가인 영어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낮아진 가운데 국어의 난이도가 하락하면서 수학의 중요성이 과도하게 높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통합수능 2년차에 접어들자 선택과목뿐 아니라 영역별 점수차까지 발생하면서 수능이 말 그대로 수학으로 결정되는 시험이 되어 버린 것”이라면서 “국어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피해가 심각했던 수능”이라고 말했다.

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채민석 기자(vege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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