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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연합시론] 70여년만에 구조변화 앞둔 한국 외환시장, 허점 없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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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그래픽]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앞으로 해외에 있는 외국 금융기관도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7일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서울=연합뉴스) 한국 외환시장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대외 개방을 통해 변화의 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7일 '글로벌 수준의 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 간 시장(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개장 시간은 현재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서 오전 9시~익일 오전 2시로 우선 연장한다. 향후 시장 여건에 따라선 마감 없이 24시간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다양한 경로로 원화를 환전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외환시장을 개방·경쟁적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국내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강화돼 있다는 판단이 구조적 변화를 선택하게 된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은 2024년 7월 시행하는 게 목표다. 무역과 자본 시장의 성장세에 못지않게 국내 시장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높여가는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세계 주요 통화로 꼽히는 달러와 유로, 엔화 등은 역외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고 국적·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금융기관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중국도 2010년 이후 역외 위안화 시장을 확대하고 올해부터 거래시간을 새벽 3시까지 연장했다. 반면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는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현재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다. 국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없게 돼 있다. 거래 시간도 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의 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한다. 한국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아픔을 겪었다. 위기에 따른 트라우마가 그간 시장의 구조적 변화보다는 안정적 운영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의 하나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구조적 도약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 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방으로 시장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원화 표시 자산의 매력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거래기관 수와 거래량이 늘어나면 환율 변동성이 완화될 것이란 예상도 내놓지만, 기대와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외국 금융기관의 참여가 자유로워지면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고 투기성 자금 유입이 많아져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 거래시간이 연장된 뒤 유동성이 비교적 적은 야간 시간대에 '큰손'들이 움직이면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환 개미'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제적이고 면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이날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과 관련해 공론화와 법령 개정 등을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환시장 규제를 완화해 가면서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요건과 거래 절차 등에서 허점이 노출되지 않도록 세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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