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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안심전세앱 써볼게요”…중개사 “그게 뭐예요”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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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세앱 사용 전세계약 해보니
현장선 아직 출시 여부도 몰라
집주인에 ‘앱 설치해달라’ 요청
이마저도 대리인과 계약땐 불가


매일경제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안심전세앱이요? 그런게 출시됐나요?”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한 부동산. 기자는 기존에 살던 아파트 전세 만기가 다가와 새 집의 전세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았다. 전세 계약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빌라왕 사태’로 전세 리스크와 관련한 경각심이 높아진 터라 계약 과정에서 긴장감이 맴돌았다. 기자는 정부가 지난 2일 출시한 안심전세 앱 사용해 전세 계약의 안전성을 확인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안심전세 앱의 가장 큰 특징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보증금 사고 이력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임대차 계약 체결 과정에서 이를 실제로 이용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계약 당사자가 도착하기 전 부동산에 안심전세 앱 사용 협조를 구했지만 “안심전세 앱이란 것이 있느냐”며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다.

임대인에게 앱을 통해 정보 조회를 요청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임대차 계약의 특성상 대출과 관련해 임대인의 협조를 구해야 하고, 또 거주 기간 동안 집 사용과 관련해 임대인의 양해를 구해야 할 사항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인 측에 ‘안심전세 앱을 핸드폰에 설치해 본인이 악성 임대인인지 여부를 직접 확인해달라’고 요청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기자가 임차할 주택의 집주인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부득이하게 자녀가 대리인 자격으로 계약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집주인의 본인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해 임대인 정보조회를 포기한 채 계약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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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안심전세 앱을 출시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안심전세 앱을 통해 임차 주택의 시세조회를 한 건수는 약 7만건에 달했다. 지난 2일 앱이 출시된 것을 감안하면 하루에 1만5000건의 임차 주택 시세 조회가 이뤄지는 셈이다.

안심전세 앱에 대한 관심은 뜨겁지만 개선해야 할 사항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특히 임대차 계약 과정상 ‘을’의 입장이 되기 쉬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안심전세 앱 설치를 요구한 뒤 악성임대인 여부를 확인받기는 쉽지 않아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안심전세 앱 ‘1.0 버전’에서는 집주인이 직접 앱을 설치한 뒤 스스로 본인 인증을 거쳐 핸드폰 화면상으로 임차인에게 정보를 확인시켜 줘야 한다. 기자가 직접 경험했듯이 대리인이 계약하는 경우엔 집주인 정보를 제공받기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오는 7월 ‘2.0’ 버전을 출시해 임차인이 정보 조회 권한을 요청하면 ‘푸시’ 형태로 임대인이 ‘동의’ 버튼을 클릭해 임차인이 조회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임대인이 앱을 설치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한계를 지닌다. 국토부는 계류 중인 개정안 통과 이후 최종적으로 집주인 동의 없이 악성임대인 명단 조회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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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성북구 한 부동산에서 임대차 계약 체결 과정에서 안심전세 앱을 사용하는 모습.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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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진단’과 관련해서도 아쉬운 점이 발견됐다. 기자가 계약을 체결하려는 주택은 1000세대 이상의 아파트로 안심전세 앱을 통한 시세조회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에 출시된 앱 버전에서는 수도권의 다세대·연립주택, 50세대 미만 소형 아파트 등의 시세 정보가 제공된다. 이후 올해 7월 버전을 업그레이드해 주거용 오피스텔과 지방 광역시 주택의 시세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계자는 “안심전세 앱은 그동안 시세 파악이 어려웠던 연립주택 등의 시세 정보를 제공해 전세사기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출시됐다”고 설명했다. 전세 사기의 주 대상이 되는 연립주택 등과 관련한 시세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앱에서 빌라왕의 타겟이 된 강서구의 한 연립주택 주소를 입력한 결과 매매시세와 경매 진행 시 낙찰 예상금액 등이 조회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출시한 안심전세 앱은 임차인에게 빌라 등의 시세정보를 확대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임대인 동의 하에만 집주인 정보를 알 수 있는 등 명확한 한계점도 갖고 있다”며 “임차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능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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