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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며 성과급 추진하는 정부, 이미 도입한 삼성에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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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본인 입맛에 맞는 사람을 우선으로 챙기니 공정할 수 없는 게임이다." 삼성전자 노동자 A씨

"평가자의 골프 사조직에 합류한 사람만 연속 고과를 받고 합류 못한 사람에게 라등급(하위등급) 발생." 삼성전자 노동자 B씨

'노동개혁'을 추진 중인 윤석열 정부는 "임금체계의 공정성"을 강조하며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삼성전자·SDI 직원 10명 중 7명 이상은 성과주의적 임금체계가 '개인의 노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가 6일 나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은 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삼성 성과급 임금제도 현황과 폐해 연구 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속노조는 작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삼성전자와 삼성SDI 직원 4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20여명이 참여한 심층 면접 등을 분석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직원들은 성과주의 고과제도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업무 성과를 고려할 때 공정한 보상을 받고 있다', '승진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질문에 각각 67.0%, 63.9%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특히 '승진이 투명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은 70.3%로 부정적인 응답(8.2%)에 비해 7배나 많게 나타났다.

프레시안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은 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삼성 성과급 임금제도 현황과 폐해 연구 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다. ⓒ프레시안(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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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로 고과제도가 개인의 노력을 반영하지 못하는 반면, 친분이나 학연 등에는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자들은 답했다. '고과평가가 개인의 노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76.0%를 기록한 반면, '개인의 노력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응답은 9.3%에 불과했다. 고과평가 시 '관리자들이 학연이나 지연에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이 49.3%, '친분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응답도 66.3%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은 성과주의 고과제도를 신뢰하지도 않았다. 응답자의 75.1%가 '현재의 고과평가는 신뢰할 만 하지 못하다'고 답한 반면 7.7%의 응답자만이 '현재의 고과평가는 신뢰할 만 하다'고 답했다. 불신 비율이 신뢰 응답률의 9.75배 컸다. 또한 '고과평가 시 직원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8.0%는 부정적이었다.

직원들은 성과주의 고과제도는 '관리자에게 평가 권한을 주어 회사에 충성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제도'(69.2%)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주관식 응답을 통해 "평가자의 골프 사조직에 합류한 사람만 연속 고과를 받고 합류 못한 사람에게 라등급(하위등급) 발생", "본인 입맛에 맞는 사람을 우선으로 챙기니 공정할 수 없는 게임"이라고 불신했다.

산재로 다쳐도 '하위 등급', 구조조정 하기 위해 '하위 등급'

이처럼 불공정한 성과급제로 인해 산재를 당해 다쳐도 하위 고과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육아 휴직·휴가, 질병 휴직 등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하위 고과를 받는 일이 속출했다. 또한 고과제도가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에 악용된다는 증언도 있었다.

"저 같은 경우 이 안쪽 손가락이 잘려 나갔어요. 최소 2~3주 입원해야 하는 안전사고지만, 관리자들은 문제가 커지니까 (자신들의 고과를 위해) 강압적으로 출근을 시켰습니다. 잔업, 특근, 출근, 진짜 큰일 없으면 안 빠지고 다 했었어요. 근데 NI(최하위) 고과를 세 번 받아서 진급을 못했어요. 안전사고 이력이 남아서..." 삼성전자 노동자 C씨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전혀 새로운 일을, 여기 20년 하는 사람을 저쪽에 갑자기 보내서 전혀 새로운 일을 하게 해놓고, 실적이 안 좋다고 고과를 낮게 주면서 저성과자를 만든다. 엉뚱한 곳에 보내서 하지도 않은 일 시키고, 고과를 나쁘게 주고, 당신 저성과자 교육을 했는데도 안 되잖아. 개선이 안되네, 나가. 이렇게 된다." 삼성전자 노동자 D씨

연구진은 "현재 삼성의 성과주의 고과제도는 기본적인 노동관계 법령 위반 문제가 심각하고, 노동자들 사이의 불신을 높이며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는 등 노동자 개인, 동료관계,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누적시키고 있다"며 "따라서 노동관계법령의 준수는 물론이고, 투명성, 객관성, 공정성을 갖춘 고과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삼성이 2023년부터 생산직 노동자들은 제외한 채, 연봉제 직원에만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한 데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연구진은 "연봉제 직원에 국한해서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차별적"이라며 "절대평가를 한다고 하더라도 기준이 공개되어 있지 않으면 상대 평가와 다르지 않게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삼성의 성과주의 고과제도를 통해 정부가 진행 중인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로의 전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성과주의 임금을 결정하는 고과평가 자체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정부가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강조하고 이를 확대할수록 기업 내 불공정한 임금체계가 확산될 수 있다"며 "피해는 현장 노동자의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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