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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비명계 “이상민 탄핵, 헌재가 기각 땐 역풍 맞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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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이상민 탄핵안 본회의 보고...대통령실 “어떤 법 위반했나”

더불어민주당이 6일 핼러윈 참사에 대한 부실 대응을 이유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 탄핵 소추안을 당론 발의했다. 탄핵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곧바로 보고됐다. 장관 탄핵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는 만큼 169석의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은 8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표결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탄핵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 정치를 희화화하지 말라”고 했고, 대통령실은 “어떤 헌법·법률 위반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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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에 대한 국회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정 사상 네 번째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열리게 된다. 정부 출범 후 국회에는 20여 차례 탄핵안이 발의됐다. 이 중 본회의 통과는 노무현 대통령(2004), 박근혜 대통령(2016), 임성근 부장판사(2021) 등 세 번이고,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경우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의원총회 이후 “159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그 누구도 책임 있게 사과하거나 물러나지 않았다”며 이 장관 탄핵안의 당론 발의를 설명했다. 정의당도 당론으로 탄핵안에 찬성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은 국회법에 따라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국회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 장관의 직무는 정지되고 차관 대행 체제로 간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이 장관에게 “72시간 후면 집에 가셔야 되는데 뭐 하시겠느냐”고 했다. 이 장관은 “그런 말씀에 답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헌재의 탄핵 결정은 정해진 시한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두 달 만에 결정이 났지만, 임성근 부장판사의 경우 8개월이 걸렸다.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민주당은 이날 정의당 등 야 3당 의원 176명이 공동 발의한 탄핵 소추안에서 “(이 장관은) 재난 및 안전 관리 사무를 총괄·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사전 재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재난대책본부를 적시에 가동하지 않았다”며 “참사 이후 부적절한 발언을 반복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줬고, 고위 공직자에게 기대되는 최소한의 품위마저 저버렸다”고 했다.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 국가공무원법 등을 어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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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승원(왼쪽부터)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6일 국회 의안과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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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 사유가 헌재에서 인용될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우리 헌법에 규정된 탄핵 소추 요건은 직무상 명백히 헌법이나 법률을 어겼을 때를 말한다”며 “이 장관은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있겠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헌재 인용 가능성은 ‘제로(0)’다. 이런 식으로 확장 해석을 하면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는 모두 탄핵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참사 책임 규명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역시 이 장관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재난안전법상 다중 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무위원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 있어야 하는데, 이 장관이 과연 어떤 위반을 했느냐”며 “헌법 전문가들도 이런 식의 탄핵이 추진된다면 헌정사에 나쁜 선례가 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페이스북에 “이 장관이 무슨 법을 위반했나. 탄핵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고, 판사 출신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경찰 수사에서 직무상 위법도 전혀 확인된 바 없는데 탄핵부터 하겠다고 설치고 있다”고 논평했다.

헌재도 ‘중대한 법 위반’을 탄핵 요건으로 꼽는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하며 “직무 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 위반을 이유로 파면을 해야 한다면 법익 형량 원칙에 위반된다. (탄핵 심판 청구는)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며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2017년 국정 농단을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하면서도 당시 민주당이 주장했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서는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헌재 탄핵 심판에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며 검사 역할을 할 탄핵 소추위원을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맡게 된다는 점도 민주당이 애초 지난 2일 의총에서 탄핵안 당론 발의를 결정하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그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헌재의 기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년 4월 총선 임박 시점에 헌재의 기각 결정이 나오면 민주당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은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하면 민주당의 이 장관 해임 건의를 거부한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이 정당화될 것”이라고 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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