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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우크라 전쟁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 큰 행운"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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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국제 고립·국내 반발 커졌을 때
바이락타르 드론 러 격퇴 큰 공
국제 위상 한순간에 회복되고
이후 전쟁 중재에서 큰 역할
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막으며
바이든 정상회담·F-16 판매도 성사
선거 앞두고 지지율 꾸준히 반등
뉴시스

[소치=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흑해 휴양도시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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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레세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뜻밖의 행운이 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쟁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면서 튀르키예의 경제난을 더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덕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입지를 강화하면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공격하는데 적극 활용한 드론을 판매해 이득을 봤다. 그러면서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소통하는 지도자로 남아 있으면서 포로교환 협상과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상에서 중재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려는 러시아 부호들이 튀르키예에 대거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안에서도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몇 달 째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자 미국이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를 판매함으로써 두 나라의 가입에 동의하도록 유도할 움직임을 보인다.

유럽과 아시아 및 중동 교차점에 자리한 튀르키예는 현대사에서 독특한 위상을 누려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럽 각국 및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난 20년 동안 튀르키예의 군사력과 외교력을 강화시켰다.

에르도안의 외교관계 고문 일누르 체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우리가 중재자가 돼야 한다고 본다. 모든 일들이 우리에게 기회”라고 말했다.

이스탄불의 빈민가 출신인 에르도안은 1990년대 이스탄불 시장, 2003년 총리, 2014년 대통령이 되면서 튀르키예의 경제 발전을 주도했다. 그러나 갈수록 권위주의적이 되면서 2017년 국민투표를 통해 의회주의 체제를 제왕적 대통령 체제로 바꿨다. 현재 튀르키예는 투옥 언론인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이며 2016년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뒤 에르도안 대통령은 친 쿠르드당 소속 대선 후보와 많은 민간 지도자들을 투옥했다.

에르도안이 집권 20년 만에 가장 취약해졌을 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외교적 고립이 심해지고 리라화의 가치적 절반 가량 폭락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국내적 반발이 커지면서 지지도가 폭락할 때였다.

그러나 전쟁 발발 몇 주 만에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 TB-2 드론이 러시아군을 침공을 격퇴하는데 큰 힘을 발휘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드론이 튀르키예의 국제적 위상을 한 순간에 뒤바꿨다. 튀르키예의 인권을 비판하던 미 의원들이 튀르키예에 더 많은 드론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도록 요청했다. 대당 500만 달러(약 62억 원) 정도인 드론 자체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튀르키예의 군수 산업이 크게 진작되는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초기 공세를 격퇴한 뒤에도 튀르키예가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외교적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한 달에도 몇 번 씩 푸틴과 소통한 그는 러시아에 휴전 협상을 압박하면서도 러시아의 고립을 완화하고 서방 제재도 일부 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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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리비우에서 3자 회담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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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수시로 소통하면서 신뢰를 받았다. 그 결과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을 중재하고 포로 교환협상도 여러 번 성사시킬 수 있었다.

에르도안과 푸틴의 관계는 두 사람이 모두 현실주의적 정치인임을 보여 준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튀르키예는 적대적 관계인 적이 많았다. 그러나 에르도안이 나토 회원국들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온 점은 나토의 약화를 원하는 푸틴이 그와 긴밀한 관계를 갖도록 만들었다.

주 모스크바 대사 출신인 튀르키예 야당 지도자 아이딘 세즈긴은 “푸틴이 독자 지도자들 모임을 원한다. 에르도안을 통해 나토를 약화하고 서방의 단합을 깨려 한다”고 지적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연시키면서 에르도안은 고대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가질 수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에르도안의 정적을 지지한 적도 있다. 그러던 바이든 대통령이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튀르키예에 200억 달러 규모의 F-16 전투기 판매 계획을 의회에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기에 충분할 만큼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에르도안 정부에서 외교장관을 지낸 야사르 야키스는 “에르도안의 모든 행보가 선거에서 최대한 이득을 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에르도안의 지지도가 지난 1월 39.9%에서 지난 11월 44.7%로 올랐다.

한편 튀르키예의 대러 교역도 지난해 45% 증가했다. 서방이 수출을 금지한 철, 의류, 가전 제품과 군수용 자동차 부품까지 공급해왔다. 이와 관련 서방은 튀르키예가 대러 제재를 위반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튀르키예 당국자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는 준수하지만 미국 등 개별국가가 부과한 제재는 따르지 않는다고 밝힌다. 그 대가로 러시아는 원전 건설대금을 지불하고 천연가스 수출 대금 지급을 연기해 줌으로써 튀르키예에 리라화 방어에 절실한 외화를 공급하고 있다.

이스탄불 카디르 하스대학교 선임 교수 솔리 오젤은 “푸틴이 에르도안의 재선을 돕는다. 그에게 에르도안은 나토의 제5열”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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