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밀도 같지만 고체’ 우주에서 볼법한 새로운 형태의 얼음 찾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캠브리지대 연구진이 강철 공과 일반 얼음을 섞어 흔들어 새로운 얼음을 만들었다./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얼음보다 액체 물에 더 가까운 새로운 유형의 얼음이 발견됐다. 우주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이한 얼음으로 물 분자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은 지난 2일(현지 시각) “UCL과 케임브리지대 공동 연구진이 새로운 유형의 얼음을 발견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물은 섭씨 4도에서 밀도가 가장 높다. 온도가 떨어지면 분자가 육각형 형태를 이루면서 고체인 얼음을 형성한다. 육각형 고리 안의 빈 공간이 생기며 부피가 증가하기 때문에 얼음은 물보다 밀도가 낮다. 빙하가 바닷물에 뜨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일반적인 얼음 외에 분자 구조가 저마다 다른 약 20가지의 얼음이 발견됐다. 이번 연구로 새로운 얼음 형태가 추가된 셈이다.

연구진은 액체 질소를 이용해 영하 200도로 차갑게 만든 통에 강철 공과 얼음을 넣어 흔들었다. ‘볼 밀링(ball milling)’이라 불리는 과정으로 산업계에서 재료를 갈거나 혼합할 때 사용된다. 연구진은 새로운 얼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 방법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번에 발견한 새로운 형태의 얼음(왼쪽)은 분자 구조가 일반 얼음(오른쪽)과는 다르다. 물 분자가 빽빽한 액체 상태의 물과 비슷하다./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만든 새로운 얼음의 밀도는 액체 상태의 물과 비슷했다. 그러나 겉모습은 일반적인 얼음과 비슷했다. 연구진은 이 얼음을 ‘중밀도 비정질 얼음(MDA)’이라 명명했다. 전에 발견된 분자가 마구 흩어져있는 ‘비정질 얼음’ 중 중간에 해당하는 밀도를 보여 붙인 이름이다.

비정질 얼음은 지구보다 우주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얼음이다. 볼 밀링이 목성과 토성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조력과 같은 효과를 내 새로운 얼음을 만든 것이다. 연구진은 외부 태양계의 얼음 위성 내부나 우주에서 백색 분말의 MDA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크리스토프 잘츠만 UCL 화학과 교수는 “이번 발견은 액체 상태의 물과 다양한 이상 현상에 대한 이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새로 발견한 MDA가 빛을 어떻게 반사, 산란시키는지 분석했다. 그리고 관찰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MDA의 원자 구조를 전산 모델로 재현했다.

그 결과 이번에 발견한 얼음은 작은 얼음 입자가 뭉쳐 더 큰 얼음을 만들 때 엄청난 양의 열을 방출했다. 연구진은 “MDA는 가니메데와 같은 위성에서 열 에너지를 방출해 km 두께의 얼음이 움직이는 지각 운동과 얼음에서 일어나는 지진인 ‘빙진’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bq2105

홍아름 기자(ar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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