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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ET톡]난방비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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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6770원. 집에 도착한 2월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에 적힌 액수다. 지난달 요금의 두 배에 가깝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40% 넘는 2만5000원 이상 올랐다. 요금 부과 기간은 1월 17일까지로, 영하 16도에 이르는 맹렬한 추위가 이어진 설 연휴 후반부터의 난방비는 계산되지도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가스요금을 인상하면서 예고된 것이었지만 고지서를 직접 받는 순간 체감하는 충격은 컸다.

전자신문

2월 도시가스 지로통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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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한파 속에서 최근 오른 가스 가격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정부는 억눌러 오던 가스요금을 지난해 4월, 5월, 7월, 9월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주택용 가스요금의 경우 기존 요금의 38% 수준인 메가줄당 5.47원을 인상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난방비 폭탄'을 두고 책임공방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난방비 지원 규모가 부족하다며 공세를 전개한 반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가격 인상을 억눌러 온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이 세계적인 가스 가격 인상 흐름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책임 공방을 벌이기보다 대책을 마련하고 실효성 높은 지원 방안을 서둘러 모색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가스 가격 상승은 2021년 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짐이 있던 때부터 천연가스 공급에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급속도로 진행됐다. 이에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주택용 가스요금을 3배 이상 올리는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평균 2배 이상 요금을 인상했다. 또 미국, 영국 등 비EU 국가들도 꾸준히 가스비를 인상해 온 것에 비하면 국내 인상 폭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난방비가 전달의 2~4배에 이르면서 민간에 미친 충격이 컸다.

문제는 뾰족한 난방비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이 2021년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에는 9조원에 이르는 등 요금인상 요인도 남아 있다. 정부는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도 국내 요금 인상 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크지 않다고 변론한다. 하지만 오히려 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기 때문에 추가 인상 요인이 더 많이 남게 됐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서둘러 에너지 바우처 홍보 및 지원을 확대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난방비를 할인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대상자가 신청해서 받아가야 하는 에너지 바우처는 지원 대상의 적극성을 요하기 때문에 이미 미사용액이 많이 쌓여 있는 등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지만 이미 예고된 어려움에 선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요금을 정상적인 규모로 인상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함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또 실효성 있는 서민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여야 한다. 가스 한 줌,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언제까지 수입 에너지를 펑펑 쓰고 남 탓만 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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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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