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 수장·스코틀랜드 장로교회 총회 의장 동행
"풍부한 천연자원 축복이지만 부의 독점 부르는 부패 경계해야"
독립 이후 계속되는 분쟁 종식에 각별한 노력…내전 지도자들 발에 입맞추기도
남수단에 도착해 평화의 순례 시작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이하 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일정을 마치고 남수단 방문에 들어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남수단 시민 수만 명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주바 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공항에서 영국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스코틀랜드 장로교회 총회 의장 이언 그린쉴즈 목사가 만나 함께 평화의 순례에 돌입했다.
교황은 2011년 국민투표를 통해 이슬람교도가 주류인 수단에서 분리 독립한 남수단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 왔다. 캔터베리 대주교와 남수단 동행도 2017년부터 계획했다.
남수단 대통령궁에서 영국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왼쪽)와 스코틀랜드 장로교회 총회 의장 이언 그린쉴즈 목사(오른쪽), 실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나란히 포즈를 취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가운데).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특히 독립 이후에도 계속되는 분쟁과 무력 충돌을 자제시키려는 교황의 시도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지난 2019년 4월 교황은 남수단 정부 지도자와 반군 지도자를 동시에 교황청으로 초청해 진행한 피정에서 아픈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이들의 발에 입을 맞추는 파격을 선보였다.
당시 교황이 발에 입을 맞췄던 살바 키르 대통령은 지팡이를 짚은 채 직접 공항에 영접을 나왔고, 반군 지도자 출신의 리크 마차르 제1 부통령도 별도로 교황을 면담했다.
2019년 4월 남수단 정부 지도자와 반군 지도자를 교황청으로 초청해 발에 입을 맞추는 프란치스코 교황. |
교황은 이날 저녁 키르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 외교단 등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나는 진심으로 여러분이 이 말들을 받아들이길 간청한다. 유혈사태는 그만, 분쟁도 그만, 폭력도 그만 그리고 책임을 떠넘기는 비난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전기독교적인 이번 평화 순례는 폭력과 치안 부재, 빈곤, 자연재해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간청을 듣고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남수단에 풍부한 천연자원은 축복이지만, 자원 개발로 생기는 부를 일부가 독점하는 부패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돈의 불공평한 분배와 부를 축적하기 위한 비밀 계획, 투명성의 부족은 인간 사회의 바닥을 어지럽힌다"고 일갈했다.
고(故) 이태석 신부가 생전 의료봉사 활동을 하며 제자들을 길러낸 것으로 잘 알려진 남수단은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 중 하나로 석유 자원이 풍부하지만, 국민은 오랜 내전으로 고통받았다.
2013년 키르 대통령이 당시 부통령이던 마차르를 쿠데타 모의 세력으로 지목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본격화했다.
이후 키르 대통령 지지자들과 마차르 추종자들의 무력 충돌로 약 4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2018년 에티오피아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맺은 키르와 마차르는 2년간의 협상 끝에 지난 2020년 2월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대통령의 명령을 받는 정부군과 부통령을 따르는 군인들이 충돌하면서 심각한 내전 재발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황 방문 전날도 주바가 속한 중앙 에콰토리아주에서 유목민들과 무장단체가 충돌해 최소 27명이 목숨을 잃었다.
교황은 트위터에 "그런 이야기가 남수단에서 너무 자주 들린다. 이제 다른 길을 가기를 다시 한번 호소한다. 평화를 위해 모두가 함께하기를"이라고 썼다.
교황을 환영하기 위해 주바 국제공항 인근에 모인 남수단 주민들. |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페렌크 다비드 마르코 연구원은 AFP 통신에 "남수단 전역에서는 아직도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수단 국민들은 교황 방문이 지속되는 분쟁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교황을 보기 위해 중부 룸벡에서 주바까지 300㎞ 거리를 아흐레간 걸어서 왔다는 빅토리아 야르(58)씨는 AP 통신에 "교황께서 방문하시니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들이 멈출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야르씨와 동행한 80여 명의 가톨릭 신자 중 한 명으로 분쟁 와중에 2명의 자녀를 잃었다는 매리 욤씨는 "우리나라는 분쟁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 교황이 평화를 가져오기를, 그래서 누구도 다시는 죽지 않기를 바란다"고 염원했다.
수단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황 집전 미사는 오는 5일 오전 주바 시내 독립운동가 존 가랑 묘역에서 진행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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