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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바이낸스, 고팍스에 투자…한국 시장 재진출 포석 마련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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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회복기금'으로 고팍스에 투자…"한국 가상자산 시장 재건 위해"

고팍스, 지분 매각 등 정보는 비공개

뉴스1

바이낸스와 고팍스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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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에 투자, 한국 시장 재진출을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

3일 고팍스는 공지사항을 통해 바이낸스와 산업회복기금(IRI)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투자금에는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에 묶인 고객 자금이 포함됐다. 고팍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가상자산 대출 업체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이 FTX사태로 상환을 중단하면서 고파이에 예치된 고객 자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고팍스는 고파이 자금을 제네시스 캐피탈을 통해 운용해왔다.

◇'급한 불' 끈 고팍스…매각 관련 정보는 비공개

고파이로 위기에 처한 고팍스는 그간 바이낸스에 이준행 고팍스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지속해왔다. 바이낸스는 인수대금에 고파이에 묶인 고객 자금도 포함하기로 했다.

단, 이날 공지에서 고팍스는 고파이 예치금을 포함한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사실만 밝혔을뿐, 지분 매각 등 정보는 공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팍스 관계자는 "아직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고파이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우선 투자를 유치한 것"이라며 "바이낸스에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위해 마련한 '산업발전기금'이 있고, 투자금은 기금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그간 이준행 대표 지분을 포함한 상당 규모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준행 대표 지분은 2021년 말 기준 41.2%로 드러났으나, 지난해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일부 희석돼 40%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 가격은 협상 초기 때보다 대폭 낮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FTX 사태 이후 가상자산 시장 분위기가 냉랭해진 데다, 고파이 예치금을 포함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파이에 묶인 고객 예치금 및 이자는 약 320억원이다. 다만 이는 만기일이 정해진 고정형 상품의 원금 및 이자만 합산한 금액이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자유형 상품의 금액을 합하면 더 불어난다.

앞서 제네시스 캐피탈이 지난달 19일 미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문서를 보면, 고팍스(스트리미)의 채권 규모는 약 5676만달러(701억원)에 달한다. 이를 고려하면 고팍스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고파이 자금이 당초 알려진 300억원대에서 훨씬 더 많은 금액일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고파이 예치금이 상당 규모였던 만큼, 인수 대금에 예치금을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이준행 대표 지분 가격은 낮아졌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 지분은 최근 400억원대까지 낮아졌다. 고파이에 묶인 고객 자금은 최소 320억원, 최대는 600억원대까지 추정된다. 이 대표 지분에 고파이 금액을 합산하면 인수 가격은 최소 700억원대 후반에서 많게는 1000억~110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 초기 가격은 1400억원대로 알려졌다. 초기에 비해 인수가가 대폭 낮아진 셈이다. 또 지난해 4월 고팍스는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3700억원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당시에 비하면 현재 기업가치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바이낸스, 한국 재진출하나…자오창펑, '기금 투자' 관련 입장만 밝혀

이번 투자로 바이낸스는 한국 시장에 재진출할 수 있는 포석을 마련했다. 바이낸스는 바이낸스 코리아를 설립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바 있지만, 지난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등 규제를 이유로 국내에서 철수했다.

이후 바이낸스는 규제를 준수해 한국에 재진출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지난해 11월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웹3 서밋'에서 <뉴스1>에 "은행 실명계좌 등 규제를 준수해 한국 시장에 재진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규제 준수는 이미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 지위를 확보한 고팍스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고팍스는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도 획득한 5대 원화마켓 거래소 중 하나다.

단, 최대주주 변경 시에도 금융당국의 제재 없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관건이다. 또 바이낸스와 고팍스 간 오더북(거래장부) 공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이날 자오창펑 CEO는 산업회복기금을 통한 고팍스 투자에 대해서만 입장을 밝혔다.

자오창펑 CEO는 "바이낸스는 블록체인 산업의 선두주자로서 소비자와 산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IRI는 지난해 여러 사건들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유망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기금"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팍스와 함께 하게 된 이 과정이 한국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산업 재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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