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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국방과 무기

유럽 목소리 높이면 美는 “예스”... F-16 지원도 탱크 각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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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시절 전투기로 러시아의 제공권(制空權) 막지만, 우크라 공군력 “위험 수준”</br>NYT “바이든 대통령의 노(no)는 일시적인 노…F-16 지원 방안 협의 중”

미국은 F-16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끝까지 거부할까. 지난달 3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노”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서방의 전투기 지원에 대해 “어떠한 것도 배제된 것이 없다”며 논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네덜란드의 봅커 훅스트라 외무장관은 이미 지난달에 네덜란드가 보유한 F-16 40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에 대해 “열린 마음”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폴란드 공군의 F-16 전투기가 2019년 7월 발트해 국가인 라트비아에서 열린 '윙스 오버 발틱스(Wings Over Baltics)' 에어쇼에서 날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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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도 F-16 지원 의사를 밝혔고,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우리 머릿속에 (군사 지원 품목과 관련해) 레드라인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이것도 넘어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25일 자국의 레오파르트 2 탱크 14대의 지원을 발표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29일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 인터뷰에서 “이제 막 탱크 지원을 결정했는데 바로 전투기 논쟁을 벌이는 것은 가볍다”며 “무기를 계속 경쟁적으로 높게 요구하지 말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목소리 높이고, 미국이 나중에 ‘예스’하는 패턴

그동안 일부 첨단 무기나 공격적인 무기의 경우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요구하면 유럽에서 특히 러시아에 적대적인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이 이에 호응해 분위기를 이끌고, 결국 미국이 동의하는 수순을 되풀이했다.

미국은 처음엔 우크라이나에게 유럽의 NATO 국가들에게서 같은 무기를 구할 수 있다고 귀띰한다. 그러나 NATO 국가들은 러시아의 보복이 두려워 미국의 동참을 원한다. 결국 수개월 협상 끝에 미국이 ‘예스’하면, 무기는 유럽과 NATO 국가들로부터 지원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패턴은 12월 말의 패트리어트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1월의 브래들리 전투장갑차량, 지난달 25일의 에이브럼스 M1A2 탱크 지원 발표 때에도 되풀이됐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발표가 있고 나면 유럽 국가들에서 같거나 동급의 무기를 지원한다는 발표가 뒤이었다.

이 신문은 “미 행정부 관리들은 바이든이 F-16 전투기 지원 가능성에 ‘노’라고 답한 뒤, 급히 언론에 이는 아마도 일시적인 ‘노’이며, 미 행정부가 나중에 F-16을 제공하기로 결정하는 것까지 막는 ‘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나라가 미국산 F-16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도 했다는 것이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보좌관인 안드리이 예르마크는 텔레그램에 “F-16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 전투기ㆍ미사일 고갈

서방의 현대식 전투기 지원은 사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침공 직후인 작년 3월부터 줄기차게 요구한 것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공군은 소련 시절의 전투기인 미그-29로, 러시아의 제공권(制空權) 장악을 막았다. 여기엔 서방이 제공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과 우크라이나 공군이 운용하는 S-300 방공시스템의 역할이 컸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공군의 주력인 Mig-29 전투기, Su-27ㆍSu-24 전폭기, Su-25 지상지원공격기 등이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군이 발표하지 않지만, 지난 1년간의 전쟁으로 전투기와 조종사 상실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우크리아나 공군 전투기는 우크라이나보다 사정거리가 뛰어난 공대공(空對空) 미사일과 레이더 탐지 능력을 갖춘 러시아 공군의 Mig-31과 SU-35에는 맞수가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 러시아에 제공권을 빼앗기지 않은 것이 오히려 우크라이나 공군력에 대해 서방의 착시(錯視) 효과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공을 장악하게 되면, 우크라이나의 사회간접시설, 군사 기지, 병력에 대한 공격은 더욱 대담해질 것이다.

또 러시아가 샤헤드-136과 같이 불과 2만 달러짜리 이란제(製) 드론을 한번에 수십~수백대씩 동원해 무차별 공격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고가(高價)의 대공 미사일 비축분도 위험스러울 정도로 낮아졌다.

서방 언론과 자주 인터뷰하는 29세의 우크라이나군 조종사 ‘주스(Juiceㆍ콜사인)’는 이코노미스트에 “Mig-29의 낡은 레이더로는 적의 미사일, 드론을 탐지할 수 없다”며 “긴급 출격 명령을 받고 밤하늘을 몇 시간 헤매다가 돌아왔는데, 스마트폰에 민간 거주시설이 드론에 폭파되는 모습을 보면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반격에 지상전투 지원할 F-16 원해

우크라이나는 F-15와 F-16 중 하나를 원하는데, F-16을 선호한다. 우크라이나군는 서방의 전투기와 탱크로 무장하면, 1년 내에 러시아가 장악한 지역에 대한 대반격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F-16의 센서와 항공 전자 장비, 무기는 러시아 전투기기보다 우수하며, 장착된 미사일도 러시아의 공대공 미사일보다 사정거리가 길다. F-16 전투기는 또 최전선에서 지상군 작전을 지원할 수 있고, 탄도 미사일이나 드론과 같은 공격을 요격하는데도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왕립군사합동연구소(RUSI)의 선임연구원인 저스틴 브롱크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러시아의 대공망이 강력해서, F-16이 지상 작전을 지원하려면 낮게 뜰 수밖에 없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F-16 전투기는 또 미국과 전세계 30개국, NATO 내 8개국이 지금도 운용하는 4세대 전투기다. 독일의 레오파르트 2 탱크처럼 부품 공급라인이 풍부해, 우크라이나로선 유지 관리에도 어려움이 없다.

게다가 NATO 국가들은 현재 F-16에서 F-35 통합전투기로 옮겨가는 중이다. 40대의 F-16 전투기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 네덜란드도 52대의 F-35를 구입해 운용하고 있고, 폴란드도 2019년에 F-35를 32대 구입했다.

물론 각국이 F-16를 제3국에 이양ㆍ재판매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도 결국은 이런 현대식 전투기를 우크라이나 공군이 미국으로부터 직접 받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이라크 전쟁에서 F-16을 몰았던 미 공군의 마이클 팬티니 예비역 소장은 “F-22를 제외하고는 가장 기동성이 좋은 전투기로, 우크라이나 영공과 전장에서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F-16 지원을 망설이는 두 가지 이유

F-16은 조종사 훈련과 전투 훈련을 모두 포함하면, 6개월이 걸린다. 따라서 일부 서방 관리들은 전투기 띄우고 무기 조작에 반년 걸리는 F-16 제공이 ‘우선권’을 가져야 하느냐며 실효성(實效性)을 의문시한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조종사와 지상 요원에 대한 훈련을 먼저 시작하면 된다는 반론도 있다.

자국의 챌린저 2 탱크 제공 의사를 발표하며 독일을 자극했던 영국도 전투기 제공에 대해선 아직 말이 없다. 영국은 타이푼(Typhoon)과 F-35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로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어느 쪽도 제공권을 갖지 못해, 전투기의 역할이 지상전투에서 포가 담당하는 역할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슈는 러시아를 자극해 확전되는 위험성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이 F-16으로 러시아 영토 깊숙이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마크롱 대통령이 전투기 제공의 조건으로 내건 것들도 확전이 되지 않고, 러시아 영토를 건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미국 관리들은 지난 1년 간 우크라이나 군이 서방으로부터 무기를 받아 사용하면서 신뢰를 쌓았다고 말한다. 영국 RUSI의 저스틴 브롱크는 “F-16으로 러시아 깊숙이 침입했다가는, 러시아의 가공할 S-400 지대공 미사일에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로선 조종사들이 계속 전투에서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크라이나 조종사 ‘주스’는 FT에 “우리가 6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면, 실력과 지식이 풍부한 젊은 조종사들이 아니라, 연로한 예비역 조종사들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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