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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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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약탈에 면죄부 판결"… 조계종, ‘고려 불상 소유권 일본 사찰’ 판결에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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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은 절도범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반입한 고려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는 대전고법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계종은 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1330년 제작된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자가 서산 부석사이며, 조선 초기 왜구들에 의해 약탈당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됐다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검증됐고 1심 판결에서도 인정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심 판결이 677년 창건된 부석사의 영속성을 부정하고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은 판단은 2000년 한국 불교의 역사성과 조계종의 정통성을 무시한 판결로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조계종은 “(2심 판결에서) 불법적으로 약탈된 문화재의 시효취득을 인정한 것도 약탈문화재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판결로 전 세계 약탈문화재 해결에 가장 나쁜 선례를 제공하는 몰역사적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국가와 민족의 역사와 정서를 담고 있는 문화재는 원래 자리에 위치하는 게 지극히 당연하며, 불가피하게 약탈되거나 도난당한 문화재는 반드시 환수돼 후대에 계승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근대 이후 확립된 법체계를 근거로 우리 민족의 수천 년 정신이 담긴 문화재를 약탈한 국가로 되돌려주는 이번 판결의 부당성은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세계일보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 연합뉴스


조계종은 “최종심에서는 상식에 부합하는 결정으로 불교계와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기를 바란다”며 상고해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것임을 시사했다.

문제의 소유권 분쟁은 2012년 10월 한국인 절도범들이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對馬·대마도) 소재 사찰 간논지(觀音寺)에 보관 중이던 높이 50.5㎝·무게 38.6㎏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훔쳐 부산항으로 반입하면서 시작됐다. 한국 경찰과 문화재청이 수사를 벌여 2013년 초 절도범 일당을 검거했고 이후 국립문화재연구원이 불상을 보관했다. 불상은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있다.

불교계는 이 불상이 1330년 무렵 충남 서산 부석사에 봉안됐다가 왜구에 약탈당한 것으로 보고 환수 운동에 나섰고 부석사는 2016년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불상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서산 부석사는 ‘서주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결연문을 토대로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우리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1월 26일 1심은 여러 증거를 토대로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는 취지로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국가를 대리해 소송을 맡은 검찰이 ‘불상과 결연문의 진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항소했다.

이후 6년 만에 열린 항소심에서 대전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박선준)는 지난 1일 원심 판결을 뒤집고 불상을 일본 사찰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1330년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부석사가 이 사건 불상을 제작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할 수 있고 왜구가 약탈해 불법 반출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있다”면서도 “당시 부석사가 현재의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단체라는 입증이 되지 않아 소유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1527년 조선에서 불상을 양도받았다는 일본 간논지 측 주장 역시 확인하기 어려우나 1953년부터 불상이 도난당하기 전인 2012년까지 6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미 취득시효(20년)가 완성된 만큼 소유권이 인정된다. 불상이 불법 반출된 것이라 해도 취득시효 완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이는 국내 민법에 의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인 일본 민법의 취득시효 규정을 적용하면 소유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민사소송은 단지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할 뿐이며, 최종적으로 문화재 반환 문제는 유네스코 협약이나 국제법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본 정부는 해당 불상의 조기 반환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1심 이후 6년 만에 받아든 원고 패소 판결에 부석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부석사 전 주지인 원우 스님은 “용기 있는 대한민국 판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원고 측 김병구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부석사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제출했고, 서산시에서 지표조사까지 했는데 같은 부석사가 아니라는 재판부의 결론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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