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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하우스 난방비 3배 올라… 2023년 5000만원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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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 깊은 농가들

난방 제대로 못하니 작황 부진

양식농가는 전기료 폭탄 ‘깜짝’

화훼·양계농장도 곳곳 아우성

세계일보

“하우스 난방비가 지난해보다 3배 올랐어요. 올해 4000만∼5000만원 적자예요.”

전남 담양에서 비닐하우스 10동(9900㎡)의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이병민(50) 작목반장은 2일 수확을 하면서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수확한 딸기 절반 정도가 모양이 좋지 않은 기형이라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반장은 “딸기의 생육 적정온도는 영상 12∼13도인데, 올해는 기름값이 비싸 난방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기형딸기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반장이 내는 한 달 난방비는 300만원으로 지난해 100만원보다 3배가량 올랐다. 최근 등유가격이 ℓ당 1459원으로 1년 전(1083원)보다 35% 이상 오른 게 난방비 폭등의 가장 큰 이유다. 딸기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서 이 반장의 딸기농장 수확량은 크게 줄었다. 올해 하루 수확량은 20㎏으로 지난해 100㎏의 20%에 불과하다.

에너지 가격 폭등이 지속되면서 가스와 전기를 사용해 농사를 짓는 농어업인들의 가슴이 멍들고 있다. ‘폭탄 난방비’를 견디지 못해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충북 음성 150여곳의 화훼농가는 난방비 폭등으로 울상이다. 김모씨는 “최근 영하 20도 날씨에 난방을 제대로 하지 못해 비닐하우스 안의 작물이 얼어 죽었다”며 “비닐하우스 한 동에 있는 식물은 모두 폐기 처분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세계일보

양식농가는 전기요금 폭탄으로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전남 완도 망석리에서 광어 양식장을 운영하는 이동흥 대표는 전기요금에 대해 묻자 “한 달에 900만원 내던 것을 지금은 1200만원이 넘는 요금을 내고 있다”며 “앞으로 계속 더 올린다는데 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축산농가도 난방비 부담이 가중되기는 마찬가지다. 전북 정읍시 소성면 양계농장에서 닭 7만5000마리를 사육 중인 김모씨는 지난달 양계사 난방에 사용하는 액화석유가스(LPG) 구입에 1800만원가량을 지출했다. 전년 같은 기간 소요된 난방비 1000만원보다 800만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인근 영원면에서 오리 1만마리를 키우는 한 농가의 경우도 40일 출하를 기준으로 사육에 면세유(등유) 1000ℓ가량을 사용하고 있으나, 월평균 비용은 예년 170만원에서 올해는 700만원까지 4배가량 늘었다.

광주·정읍·완도·음성=한현묵·김동욱·김선덕·윤교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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