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통화 긴축을 올해 상반기에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10개월 만에 장중 1210원대를 기록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한때 1216.6원까지 급등했다. 작년 10월 말 1439원까지 추락했던 원화값이 상승세 속에 이날 1220원대에서 턱걸이하며 장을 마감했다. 작년 4월 7일(1219.5원)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1일(현지시간) 한 발언이 긴축 사이클 종료에 대한 시장 기대치를 끌어올려 달러화 약세를 만들었고, 원화값 강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비둘기파적'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반색했다"며 "연준이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생각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고, 원화뿐 아니라 유로화를 비롯한 다른 주요국 통화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도 "금리 인상 속도(pace), 인상 정도(extent) 등 파월 의장이 보인 표현의 변화가 위험자산 선호 심리와 강하게 연동돼 원화 강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했다.
파월 의장의 기자 회견 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7에서 100.8로 0.9포인트 급락했다. 유로화 강세로 추가적인 달러화 약세가 예상된다. 달러인덱스가 100 이하로 떨어지고, 달러당 원화값이 1100원대 진입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무역수지 적자 폭 확대와 같은 한국의 국내 요인으로 원화값 상승이 제한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지난 1월 국내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것은 수출 감소 때문인데,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의 부진이 길어질 경우 국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원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로 인한 원화값 상승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출 지원을 위해 정부가 달러화를 매수하는 식으로 미세 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달러당 원화값은 최근 한 달새 52.3원 급등했는데, 이례적으로 큰 변동폭이다.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에 비트코인 가격도 올랐다.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이날 오전 한때 3028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비트코인 시세가 3000만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9월 13일 이후 약 5개월만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서만 43.2% 상승했고, 이더리움도 38.7% 뛰었다. 가상자산거래소도 반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업비트의 하루 거래량은 2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는데, 이달 들어서 3조6300억원으로 18배 이상 늘었다. 업비트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약 86%에 달한다.
[임영신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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