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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스프] '남극의 셰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요리 실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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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기지 월동연구대 조리대원이 전해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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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북쪽과 남쪽 끝 극단적인 곳에서 극한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극적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과 북극을 수시로 오가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극지연구소 사람들과 스프의 콜라보 프로젝트!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글 : 김상진 남극장보고과학기지 제8차 월동연구대 조리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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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먹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주변 많은 분들이 남극 월동 생활을 끝내고 온 저에게 질문합니다. 그럼 거기서 어떤 음식을 해드렸어? 식재료는 어떻게 구해? 냉동고가 필요해? 저의 답은 이랬습니다.

"한국에서 먹는 거랑 다를 거 없어."

남극은 우리가 일상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당연하게 있어야 될 것들이 당연하게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곳입니다. 아마 우리가 먼 미래에는 이런 환경에서 살게 되지 않을까? 신선한 식재료를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는 곳이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남극의 셰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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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전기 사용이 제한적이다 보니 추운 계절이 오게 되면 냉동고 가동을 중지합니다. 대신 외부 냉동 컨테이너에서 자연환경에 의지해 보관을 합니다. 기후변화로 남극의 기온도 변화가 있어 냉동품들 상태가 완벽하지 않습니다. 모든 식재료는 냉동으로 배를 통해 오랜 시간을 거쳐서 들어오고, 또 일정한 온도로 식재료를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온도에 민감한 모든 식재료들은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수준이 떨어지게 됩니다.(한국에서 식재료를 납품받아 검수하면서 온도 변화가 있고, 컨테이너에 실을 때의 온도 변화, 남극에서 하역할 때의 온도 변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능력 1순위는 해동, 식재료 보관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냉동 김치를 맛있게 해동하는 법, 해동된 김치를 맛있게 숙성하는 법, 냉동 생선들의 비린내를 잡고 신선하게 해동하는 방법, 냉동 고기를 냉장 고기와 같은 수준으로 해동하는 법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수한 지역에서의 식재료는 일반적인 방법보다 더 신경을 써서 다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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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냉동된 김치를 맛있게 해동하고 숙성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치는 냉동됐다 해동이 되면 질겨지고, 김치에 스며들었던 맛있는 맛들도 해동되면서 배추와 양념이 분리되어 절인 배추의 맛과 양념 맛이 따로 놀게 돼 버립니다.

배추와 양념이 분리된 상태에서 다시 배추에 양념이 들어가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결국 시간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한국 기지에 있는 셰프는 김치를 맛있게 숙성하는 기간을 빼먹지 말고 잘 지켜줘야, 고생하는 대원들에게 큰 힘이 되는 한국인의 밥상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냉동 생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냉동실 시스템상 자체적인 제상 시간을 가지게 되다 보니, 온도 차이가 나게 되고 서서히 식재료의 상태가 말라가고 냄새 또한 좋지 않게 됩니다. 또한 필요한 식재료를 바로 받을 수 없으니 해동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식재료를 납품받을 때 모든 식재료가 개별 진공포장 되어있는 상태로 납품을 받아야 1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남극에선 무엇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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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는 요리사 역량에 따라서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그렇기에 남극 셰프는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됩니다. 남극 1년 생활 중 남미, 유럽, 아시아, 중동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을 제공해 드렸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식입니다.

남극 기지에 있는 대부분 대원들은 평균 연령이 높습니다. 많은 이들이 한식을 선호하고, 또한 추운 외부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많기에 김칫국, 김치찌개, 된장찌개, 부대찌개 등 따뜻한 국물이 가장 인기 있습니다.

1년 치 식재료 중 95% 이상을 냉동으로 가지고 들어오게 되는데, 정말 다양한 냉동품들을 가지고 남극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채소 또한 냉동 당근, 냉동 양파, 냉동 마늘, 냉동 파, 냉동 파프리카 등 냉동이 없는 것이 없습니다. 또한 뉴질랜드에서 소량의 신선 식재료를 가지고 들어오는데 남극까지 가는 길에 신선 식재료가 상하지 않도록 과일, 양파, 감자, 파, 계란, 우유, 치즈 등 식재료의 상태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통해서 가지고 들어옵니다.

모든 식재료가 냉동이라는 것 말고는 한국과 같은 음식을 만들어 드릴 수 있는 환경입니다. 또한 냉동 야채와 과일은 큰 영양 손실이 없어서 충분히 여러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신선한 야채들, 1년 동안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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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냉동만 먹고 살기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을까요? 기지 내에는 그런 신선함에 대한 갈증을 스마트팜 수경재배 시설로 해소합니다.

자동으로 물을 주고 온도 습도를 관리해 주는 수경재배 시설을 통해 1년 동안 정말 풍족하게 선선한 쌈 채소와 고추를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이 아니기에 고추 같은 경우는 수정을 일일이 시켜줘야 되고, 영양액도 넣어줘야 되고, 흙도 갈아주어야 되고 이 또한 관리하는 분의 관심에 따라서 달라지게 됩니다. 또한 특정 관리자만이 출입을 하여 외부의 위험 요소들로부터 관리하고 있습니다.

남극에서의 행사 준비



남극에서 가장 힘든 점은 한국에서 13,000km 떨어져 가족 및 외부와 단절되는 환경에서 오는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휴가를 갈 수도, 가족을 만날 수도,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고 1년 동안 월동대 동료들이 전부이기에 남극에서는 동료들이 서로 의지하게 됩니다.

남극의 셰프 또한 월동대의 동료 중 한 명으로서 가장 큰 행복감을 줄 수 있는 것이 음식이라고 생각됩니다. 각 대원들의 생일 때마다 케이크를 만들고, 미역국 등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주고, 명절 음식을 다 같이 만들어서 명절을 보내고, 동지 팥죽을 같이 만들어서 먹고, 삼겹살 회식을 하면서 외로움을 이겨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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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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