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수도 물가, 지난해 10월 이후 20% 이상 상승률 기록
최근 전기료와 난방비 등 공공요금이 인상됨에 따라 물가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는 가공식품보다 높았고, 외식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향후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도 예고돼 있어 당분간 5%대의 고물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23년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2% 상승해 지난해 12월(5.0%)보다 상승 폭이 0.2%포인트(p) 확대됐다. 이 중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28.3% 상승해 별도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20%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3월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9%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이 있었던 4월에는 6.8%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이후 추가 인상이 있었던 7월과 10월에도 각각 15.7%, 23.1%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기료는 1년 전보다 29.5% 올랐다. 전기요금이 지난해 4월·7월·10월 세 차례에 걸쳐 킬로와트시(kWh)당 19.3원 인상됐고, 올해 1월 추가로 13.1원 올랐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비도 각각 36.2%, 34.0%씩 상승했다. 지난해 가스 도매요금도 주택용 기준으로 1메가줄(MJ·가스사용열량단위)당 5.47원 올랐다.
이에 따라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는 작년 7월 0.49%p, 10월 0.77%p, 지난달 0.94%p로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전기·가스·수도가 물가를 1% 가까이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이는 그동안 기여도가 컸던 외식(0.99%p)과 비슷하고, 최근 가격 인상이 많았던 가공식품(0.89%p)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출목적별로 보더라도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의 기여도는 1.36%p로 음식·숙박(1.03%p), 식료품·비주류음료(0.93%p)보다도 높았다.
전기·가스·수도의 상승세는 올해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지난해 인상분의 2배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산업부와 한국전력공사 등은 내년 기준연료비를 포함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올해 인상분의 2.7배에 달하는 kWh당 51.6원으로 산정했다. 가스요금 또한 지난해 인상분의 최대 1.9배에 달하는 메가줄(MJ)당 8.4~10.4원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가공식품 물가의 상승세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다. 가공식품은 10.3% 올라 전월(10.3%)과 상승률이 같았지만, 2009년 4월(11.1%) 이후 최고치다. 특히 빵(14.8%)과 스낵과자(14.0%), 커피(17.5%) 등이 많이 올랐다.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국제 곡물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원유(原乳) 가격도 오르면서 출고가가 인상된 영향이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이 이미 고려된 부분이어서 기존 물가 전망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작년(5.1%)보다 낮은 3.5% 수준으로 내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물가는 이미 예정돼 있었던 전기·가스요금의 인상 부분 등을 전제로 해서 전망했다"며 "이미 (물가전망을 하면서) 고려한 부분이기 때문에 추가되는 요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분기 5% 안팎에서 2분기 4%대, 하반기 3%대로 점차 낮아져 '상고하저'의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정확한 수치는 발표돼야겠지만 1분기는 5%대 안팎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2분기에는 추가적인 돌발변수가 없다면 4%대 물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하반기에는 3%대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2월 소비자물가가 5% 내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2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소비자물가는 이달에도 5% 내외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세종=정대한 기자 (vishalis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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