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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56년 재임한 ‘하늘 위 여왕’… 보잉747 마지막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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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항속거리 등 효율성 높은 ‘점보’

항공 대중화 이끌며 총 1574대 팔려

국내엔 1973년 대한항공이 첫 도입

엔진 기술 발전속에 퇴역 수순 밟아



지난달 31일 오후 1시(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주 보잉 에버렛 공장.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 임직원과 전 세계 항공업계 관계자 등 수만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반세기 넘게 하늘을 수놓았던 ‘하늘 위의 여왕(Queens of the skies)’ B747 항공기의 마지막 인도식을 보기 위해서다. B747의 활약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고, B747을 구매한 항공사의 깃발이 줄지어 입장했다. 이윽고 에버렛 공장 한쪽 문이 열리면서 마지막 B747이 모습을 드러냈다. ‘ATLAS AIR(아틀라스 에어)’ 래핑을 한 마지막 B747은 화물기(B747-8F 모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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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틀라스항공에 마지막으로 인도된 B747의 모습. 보잉·대한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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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대중화 이끈 B747

B747은 항공업계를 뒤바꿔 놓은 상징이자 항공 대중화를 이끈 항공기였다. 출발은 수송기 개발에서 시작됐다. 보잉은 1960년대 미군의 초대형 수송기 프로젝트에서 탈락한 뒤 만들어 놓은 대형기 설계와 엔진을 가지고 여객 및 화물용 B747을 만들었다. 보잉 직원 5만 명은 16개월 만에 B747을 만들어 내 ‘인크레더블(믿을 수 없는)’로 불린다. 통상 여객기 개발에는 3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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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처음 생산에 돌입한 B747은 56년 만에 생산이 중단됐다. 대한항공은 1973년 국내 최초로 B747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장거리 노선 취항을 시작했다. 보잉·대한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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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생산에 돌입한 B747은 1968년 9월 처음 공개됐다. 최초의 B747은 동체 길이만 68.5m, 꼬리 날개는 건물 6층 높이였다. 총 날개 면적은 농구 코트보다 넓었다. 보잉은 ‘점보기’라고 불릴 만큼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던 B747 생산을 위해 에버렛에 B747 전용 공장을 따로 만들었다. 공장 규모는 560만 ㎥로, 1L짜리 생수병 56억 개 부피와 맞먹는다.

B747은 1969년 미국의 팬암 항공사에 처음으로 인도됐다. 이후 2010년대까지도 수많은 개량 모델이 나왔다. 1만 km가 훌쩍 넘는 항속 거리를 자랑하다 보니, 항공사들은 장거리 노선에 B747을 적극 활용했다. B747 초기 모델은 당시 경쟁 기종이던 DC-8과 B707의 최신 모델들보다 항속 거리가 2000km 이상 길었고 승객도 200명 이상 더 태울 수 있었다. 최대이륙중량도 2배가량 많아 경제성과 효율성 등에서 다른 항공기들을 압도했다.

B747 등장 이후 전 세계가 항공 네트워크로 연결되기 시작했고, 여행 운임이 낮아지면서 일반인들도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 B747은 총 1574대 팔렸고, 가장 많이 구매한 항공사는 JAL(일본항공·108대)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발전 이끌어

B747은 한국 항공산업의 도약을 이끈 모델이기도 하다. 1973년 대한항공은 처음으로 B747-200B를 도입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1970년 5월 ‘B747 도입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타당성을 검토했고 2대 구입 가계약을 맺었다. 대형기를 도입해야 대한항공이 세계적인 항공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1973년 5월 2일 대한민국의 첫 B747이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로서 발돋움하는 첫 시작이었다. 아시아나항공도 1991년 11월 B747-400을 처음 도입하면서 장거리 운항을 본격화했다. 이 항공기는 화물기로 개조돼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7년 B747-8i(HL7644)를 도입했는데, 이 항공기는 보잉이 마지막으로 생산한 여객용 B747 항공기다. 국내에 도입된 B747은 총 92대다.
●인류가 가장 사랑한 항공기

B747의 애칭인 ‘하늘 위의 여왕’ 유래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비행기와 배 등을 여성 대명사로 부르는 문화에서 유래했다” “보잉이 비행기 이름을 멋지게 지으면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여왕의 우아한 이미지를 활용했다” “체스판의 여왕처럼 어디든 제한 없이 날 수 있다는 상징을 내포했다” 등이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B747을 서서히 퇴역시키고 있다. B747은 엔진이 4개가 있는데, 엔진 기술의 발전으로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엔진 2개로도 장거리를 갈 수 있는 기종이 인기를 끌면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B747은 세계 하늘길을 뒤바꾼 비행기다. 한국과 미국 대통령 전용기도 여전히 B747”이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만 모든 인류가 사랑했던 항공기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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