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생 청년 정치인들이 지난달 26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정치 양극화와 양당 체제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곽관용(국민의힘), 권지웅(더불어민주당), 김재섭(국민의힘), 신정현(민주당). <이승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의 공통점은 지지율 30%대에 묶여 있는 거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오름세를 보였지만 요즘은 약간 하락한 상태. 여야 정당은 조사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30%대에 머물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정당의 지지율이 30%대라는 건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부진이고 여론의 혹평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부진하다면 대척에 선 야당이라도 지지를 받는 게 보통인데 영 딴판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전혀 받지 못한다.
여야의 청년 정치인 4인이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26일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 1980년대생으로 국민의힘의 곽관용 경기 남양주을 당협위원장(1986년생·청년바람포럼 운영위원장),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1987년생·전 비상대책위원)과 민주당의 권지웅 전 비대위원(1988년생·전 서울시 청년 명예부시장), 신정현 전 경기도의원(1981년생·민주평통 자문위원)이다. 이들은 매일경제 주선으로 그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정치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과 관련한 의견을 모아온 사이다.
―지지율이 동시에 부진하다. 이유가 뭘까.
▷김재섭 위원장=자극적인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다고 치자. 순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외면해도 이 식당을 매일 찾는 사람은 있다. '전주'가 되는 셈인데 식당은 수요를 맞추려고 더 자극적인, 더 맵고 단 음식을 제공한다. 소문이 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 사람이 모인다. 지금 거대 양당이 그렇다. 중간을 담지 못하고 양극단만이 손님인 정당이 돼버렸다.
▷권지웅 전 비대위원=정치적으로 두 개의 세상으로 갈라지고 있다. 책임은 두 곳에 있다. 우선 분열을 자기 이익의 기반으로 만드는 정치 행위자들이 있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 환경(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와 유튜브)인데, 독재로부터 민주주의가 탄생할 때는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 어느 정도 성숙된 이후엔 알고리즘 탓에 세상을 둘로 쪼개버릴 수 있다. 미국과 브라질의 대선 불복 시위에 그 모습이 나타났고 한국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곽관용 위원장=건강한 사회는 정규분포로, 가운데가 두껍고 실용주의적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쌍봉낙타형으로 가면 사회가 극단과 대립으로 흐른다. 한국이 그렇다. 다원화된 사회라고 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정당들이 반영하지 못한다. 되레 정치엘리트들이 사회적 균열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본다.
▷신정현 전 도의원=지지율이 저조해도 정권이 임기 5년을 지속할 수 있다. 어떤 평가에도 5년은 채운다. 그러다 보니 야당은 5년 내내 대통령·여당에 대한 비판과 적대시로 간다. 유권자들도 갈라져서 대통령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쪽과 정말 써먹을 수가 없다는 쪽으로 갈린다. 5년 내내 싸우면서 상대를 혐오하는, 연합·연정이 불가능한 구조다.
신랄한 비유도 내놨다. 곽 위원장은 "우리 정치는 슈퍼마켓 진열대에 물건이 딱 2개만 있는 꼴이다. 과점으로 하향 평준화되고 새로 내놔봐야 불량품"이라고 일갈했고, 신 전 도의원은 "영화로 치면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다. 더 악랄하고 죽일 듯이 싸운다. 재미는 있을 수 있지만 희망을 주지도 삶의 질을 높이지도 못한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서 TV가 등장하고 나서 인기 스포츠가 볼링에서 권투로 바뀐 것과 비슷하다.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에서 나는 움직이지 않고 치고받는 걸 보는 자체가 스포츠가 됐다"면서 "지금 유튜브 환경에서도 상대를 악마화하고 절멸시키려는 존재를 보고 환호하는 게 정치가 돼버렸다"고 했다.
유권자들에 대한 진단도 나왔다. 곽 위원장은 "모두는 아니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이 결과와 입장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추는, 합리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전 도의원은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구현할 유능한 정당이 없다는 것에서 정치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세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정치를 외면하는 유권자와 극단으로 치우치는 유권자가 왜 동시에 나오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여야 정당별로 문제의 결이 좀 다르지 않나.
▷권 전 비대위원=(지난해 민주당) 비대위원이었을 당시 의원들이 회의 때 적과 내 편을 구분하면서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 사람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세대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독재와 싸우던 시대에 머물러 있다. 현실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어 어떨 때는 이 사람, 다른 때는 저 사람을 고려해야 문제가 해결되는데 계속 우리 편과 저쪽 편으로 접근을 한다. 상대가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지, 지금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설득력이 없다. 예컨대 주거 문제를 풀 때 다주택자를 적으로 돌려서 해결하려면 잘 안 되지 않나.
▷김 위원장=국민의힘은 정치적 현상에 대한 '감도'가 약하다고나 할까. 예컨대 젠더 이슈는 2030세대에게 중요한 문제인데, 여당 기성세대에겐 포착이 안 된다. 또 2020년 비슷한 시기에 서해 피격 사건과 인천 수돗물 벌레 파문이 있었다. 당시 빅데이터를 보니 2030세대는 서해 피격보다 수돗물 파문을 더 중요한 현실 사안으로 봤다. 그런데 당의 반응은 둔하고 미지근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헬스장이 강제로 문을 닫은 적이 있다. 운동 마니아 세대는 거의 폭동 직전이었는데 당 지도부는 "운동 좀 못 하면 어때" "그게 왜 문제야"란 반응이었다. 이해 자체를 못 하는 거다.
이런 정치가 달라지려면 어디를, 누구를, 무엇을 바꿔야 할까. 바뀔 수 있기는 한 걸까.
―무엇부터 해야 하나.
▷신 전 도의원=누군가에게 표를 주고 싶지만 줄 수 없는 중도에 방향을 맞춘 제3의 정당이 절실하다. 지금처럼 정치의 유동성이 격렬한 시기가 없다. 이 시기야말로 청년들이 연대를 통해 도전할 수 있다고 본다.
▷권 전 비대의원=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27% 정도가 나온다. 이분들이 정치를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게 과제다. 선거제 개편을 주목한다. 지금은 소선거구제로 승자독식이 돼 거대 정당이 유리하다. 대선거구제(한 선거구에서 4인 이상 선출)로 바꾼다면 달라질 수 있다. 아니면 비례대표라도 늘리든지 해야 한다.
―지금 여야가 이걸 하려고 할까.
▷곽 위원장=문제는 제도를 바꾸는 것이 지금 제도로 혜택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손에 있다는 거다. 한번은 대충돌이 벌어져야 제3세력이 등장한다. 과거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로 힘을 가졌다. 하지만 기존 정치의 틀 속에 있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한쪽에 편승하는 데 그쳤고 틀 자체를 바꾸는 데 실패했다.이념의 틀이 아니라 새로운 각도, 예를 들어 세대를 기준으로 연대하는 거다.
―이념이 가로에 있다면 수직에 놓인 세대를 갖고 정당을 만든다는 건가.
▷곽 위원장=보수와 진보로 규정할 수 없는 정치세력의 등장을 말하는 거다.
청년들의 연대, 새로운 틀의 정당 등장은 곧 세력교체를 말하는 거다. 감도가 떨어지고 이분법적 사고에 찌든 정치인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그러나 지금껏 이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가로막히는 이유가 있을 거다.
―가장 답답한 게 무엇이었나.
▷김 위원장=선거법만 해도 그렇다. 단적인 예로 결혼을 했다는 전제로 짜여 있다. 선거 때 명함은 본인과 배우자, 자녀, 부모 등이 돌릴 수 있는데, 결혼을 안 했으면 명함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 당에서도 사모님 연락처를 물어보더라. 그냥 공란으로 두라고 했다(김 위원장은 미혼이다). 현역 의원 위주인 것도 있다. 당무감사 항목 중에 당협사무실이 잘 운영되는지가 포함된다. 사무실을 내면 불법인데 그렇다. 또 선거가 없는 올해 같은 때는 원외는 후원금도 못 모은다.
'돈의 문턱'도 있다. 전당대회 등에 출마할 때 양당 모두 거액의 기탁금을 내야 한다. 게다가 선거운동 때 당원들에게 문자를 발송하면 한 번에 수천만 원이 든다. 당연히 캠프사무실 등을 가동하면 비용은 추가된다. 그러나 청년과 신인은 후원금 모금도 여의치 않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4명의 청년 정치인들은 각자의 포부도 밝혔다. 국회 입성에 도전할 생각인데 각자의 지향점이 있다. 2012년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던 신 전 도의원은 '통일'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곽 위원장은 내각제로의 개편이 소신이다. 합의제적인 시스템이어야 한국의 정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권 전 비대위원은 2020년 비례대표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일관되게 외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20년 미래통합당 시절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보건 정책과 고령화사회 대응에 매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