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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은 뮤지컬 ‘캣츠’…통로석 부활, 한국 겨냥한 팬서비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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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캣츠>의 한 장면.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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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불이 꺼지자 어둠 속에서 고양이 눈이 하나둘씩 빛났다. 이어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이 뛰어나와 객석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관객 코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천연스럽게 눈알을 데구루루 굴렸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거나 하악질을 하기도 했다. 한 관객은 고양이 장난감인 깃털낚싯대를 꺼내 배우 앞에서 흔들었다. 그러자 벌렁 드러누워 깃털을 잡으려고 앞발을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고양이다. 아이들이 털을 만져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빠, 진짜 고양이 같아!”

유명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 첫날인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캣츠>는 이미 수차례 한국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관객이 고양이 배우를 직접 손으로 만지며 장난칠 수 있는 통로 쪽 특별석인 ‘젤리클석’이 5년 만에 부활했다. 젤리클석은 <캣츠>만의 묘미이자 인기 비결이었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공연 때는 운영할 수 없었다. 당시 배우들은 동선을 최소화해 연기했고, 어쩔 수 없이 객석을 지나갈 때는 고양이 무늬를 칠한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를 벗고 무대에 선 고양이들은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극장을 열기로 녹이겠다는 듯이 열연했다. 주인공 격인 늙고 초라한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아름다웠던 과거를 추억하며 애절하게 부르는 노래 ‘메모리’는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사진)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조아나 암필은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에 출연해 ‘슈퍼 디바’로 불린다. 이번에도 섬세하면서도 힘찬 가창력을 뽐내며 관객에게 깊은 추억을 남겼다. 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거’의 잔망스러운 골반 댄스,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의 화려한 발레와 공중부양은 관객이 절로 박수를 치게 하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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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캐릭터 ‘제마이마’ 역을 맡은 가브리엘 파커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노래 ‘메모리’의 한 소절을 한국어 가사로 부르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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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캐릭터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조아나 암필이 ‘메모리’를 부르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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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객을 위한 특별 팬서비스도 있다. 1부가 끝난 뒤 인터미션(쉬는 시간)에도 지혜로운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는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타이어 위에서 내려와 새해를 맞은 관객에게 큰절을 올리고 꽉 끌어안는 몸짓을 했다. 팬들 사이에선 고양이들의 존경을 받는 ‘스승님’ 캐릭터인 올드 듀터러노미가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2부가 시작되면 호기심 많은 어린 고양이 ‘제마이마’가 ‘메모리’의 한 소절을 한국어 가사로 노래하기도 했다.

<캣츠>는 1981년 5월11일 영국 뉴런던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세계 곳곳에서 약 7550만명이 관람했다.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의 동화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들에 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에 실린 시들을 그대로 가사로 사용했다. 연출가 트레버 넌은 여기에 플롯을 만들기 위해 엘리엇의 생전 메모와 편지들에서 ‘젤리클 무도회’라는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젤리클 부족 고양이들이 1년에 1번 만나 무도회를 열고, 선택받은 고양이가 천국으로 승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주인공 ‘그리자벨라’도 원작 시에 없는 캐릭터이다. 서울 공연은 3월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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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의 한 장면.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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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의 한 장면.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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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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