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30일(현지시간) 발간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6%로 제시했다. 러시아(0.3%)보다도 낮은 전망치이자 주요국 가운데 유일한 역성장 예측이다. 또 지난해 10월에 비해 많은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졌지만, 영국만큼은 뒷걸음질을 쳤다.
겹쳐진 유럽연합기와 영국 국기.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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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높은 에너지 가격, 주택담보대출 비용 증가, 세금 증가,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때문에 영국의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가스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요금이 많이 뛴 데다가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도 커져 가계가 계속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BBC방송은 지난해 9월 리즈 트러스 당시 총리의 대규모 감세 발표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 이후 영국 경제 환경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전망이 나오자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은 “영국은 지난해 다수의 예측을 뛰어넘는 경제 성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반면 제1야당 노동당의 그림자내각 재무장관인 레이철 리브스는 IMF의 전망치가 “영국이 우리 경쟁자들보다 뒤처져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IMF는 영국의 역성장을 예측한 이유로 브렉시트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또한 “영국이 이제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3주년(31일)을 앞두고 충격적인 성적표가 나오자 브렉시트 회의론이 다시 불거지는 모습이다. 일간 가디언은 여론조사 전문가를 인용해 57%의 영국인이 유럽연합(EU) 재가입을 지지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앞서 일간 텔레그래프는 29일 “브렉시트가 현재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며 ‘브레그레트’(Bregret·브렉시트와 후회를 뜻하는 Regret의 합성어)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예산책임처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분기 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2.6%), 캐나다(1.7%), 이탈리아(1.1%), 프랑스(0.9%), 일본(0.6%), 독일(0%) 등 다른 주요 7개국(G7) 멤버들과 비교해 유일하게 경제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EU에 잔류했을 때와 비교해 GDP가 4%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형 사모펀드 ‘테라 퍼마’ 설립자이자 보수당 주요 후원자였던 가이 핸즈는 이날 BBC라디오에 나와 브렉시트는 경제의 많은 부분에 해악을 가져온 ‘완벽한 재앙’이자 ‘거짓말투성이’라고 원색적 언어로 비판했다.
그는 2016년 국민투표를 앞두고 브렉시트 찬성파가 ‘EU에 매주 3억5000만파운드(약 5330억원)를 내는 대신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지원하자’는 문구를 새긴 캠페인 버스를 운영한 것을 언급하며 “가장 큰 문제는 보수당이 NHS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브렉시트파는 국민투표 이후 “EU 분담금 전액을 NHS에 투입하자는 게 아니라 분담금의 상당 부분을 의료 서비스에 쓸 수 있다는 얘기였다”고 말을 바꾼 바 있다.
핸즈는 “사실 그들이 한 일은 국가와 NHS를 버스 밑으로 내던진 것”이라며 “영국 국민은 NHS가 파괴되고 무상교육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고용 규제가 무너지는 상태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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