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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잃어버린 6살·8살 두 동생, 찾고 또 찾아 58년 만에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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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찾습니다’ 등 방송 두번 나왔지만 허탕

경찰 실종신고 거쳐 DNA 대조로 4남매 상봉


한겨레

31일 오후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58년 전 두 여동생과 헤어진 언니 장희재씨(오른쪽)와 오빠 장택훈씨(왼쪽)가 동생 장희란(65·오른쪽 둘째)씨와, 장경인(63)씨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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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춤추고 기뻐하셨을 거예요. 동생을 이렇게 만나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아요. 더 늙어서 만났다면 알아볼 수 없고, 걸어 다니지 못하면 찾아도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너무 말이 떨리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요.”

잃어버린 동생 두명을 58년 만에 만난 장녀 장희재(69)씨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산이 여섯번 바뀔 시간이었지만, 오빠 장택훈(67)씨는 동생을 보며 “어릴 때 모습이 똑같네, 희란이”라고 말했다.

31일 오후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지난 1965년에 헤어진 4남매의 상봉식이 열렸다. 서로를 애타게 찾아온 남매들의 재회는 경찰과 아동권리보장원이 실종신고자와 대상자의 디엔에이(DNA) 대조 작업 등을 거친 덕분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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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전 두 동생과 헤어진 장희재씨(오른쪽)가 31일 오후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동생 장희란씨를 만나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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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장희란(65), 장경인(63)씨는 1965년 3월께, 전차 안에서 동생을 업고 있던 어머니와 떨어지게 됐다. 당시 8살과 6살이던 두 자매는 아동보호시설로 갔고, 이들은 지금까지 시설에서 임의로 만든 이름과 생일로 생활해왔다.

희재씨와 택훈씨는 동생들을 찾기 위해 지난 1983년 <한국방송> 프로그램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2005년 ‘아침마당’에 출연해 동생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실종 당시 인적 사항이 바뀐 동생들을 찾지는 못했다. 실종된 두 자매도 부모님의 이름을 알지 못해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부모님의 성함은 모르지만 아버지를 군인으로 기억하고 있던 경인씨도 30∼40대부터 국방부에 수차례 민원을 넣는 등 가족을 찾기 위해 시도했지만, 정작 아버지 직업은 군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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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58년 전 언니, 오빠와 헤어진 장경인 씨가 옛 사진등 가족을 증명할수있는 자료를 손에 쥐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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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재씨는 2021년 11월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로 실종신고를 했고, 이를 접수한 안양만안서는 실종 당시 주소지였던 동작서로 사건을 이첩했다. 보육원, 노숙인 쉼터 등을 수사했지만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희재씨의 디엔에이를 채취해 아동권리보장원에 보냈다. 마침 동생 경인씨도 지난해 말 인천 연수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하고 디엔에이를 채취한 터였다. 이들의 디엔에이를 보관하고 있던 아동권리보장원은 유사한 사람이 있다고 동작서에 통보했다. 2차 검사결과에서는 두 사람의 디엔에이가 일치한다고 지난 26일 통보한 끝에 마침내 4남매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희란씨는 “동생(경인씨)한테 언니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리 힘이 쭉 빠지고 기절하는 것 같았다”며 “엄마가 너무 그리웠고, 엄마 얼굴 한 번 보고 ‘엄마’ 소리하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래도 언니랑 오빠가 있어서 든든하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가 하늘에서 보고 계실 거다. 엄마, 보고 계시죠?”라고 오열했다.

막내 경인씨는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세월이 짧지만 잘 살아보겠다”고 했다. 큰언니 희재씨는 “이제 밥 한 그릇 먹어도 같이 먹고, 동생들이 인천이랑 파주에 산다니까 1호선 타고 가서 만나고 싶다”며 “이제 만나서 가족 사진도 찍을 것”이라고 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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