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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은행권 사상 최대 배당 기대…대손준비금 요구권 신설에 ‘와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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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배당은 예상보다 적게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부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을 도입하기로 하면서다. 대손준비금을 더 쌓아야 할 경우 주주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배당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 신설을 골자로 한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코로나19 금융 지원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은행들의 손실흡수능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금융위는 오는 3~5월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를 거쳐 올해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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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주요 시중 은행.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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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손준비금 요구권이란 말 그대로 당국이 은행에 대손준비금을 더 쌓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대손준비금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은행이 부실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담금과 별개다. 추가 적립해도 은행 손익에는 영향이 없다. 대손충담금과 달리 자본 항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당과의 관계에선 다르다. 만약 은행들이 올해 특별대손준비금을 더 쌓아야 한다면, 배당 정책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대손준비금은 실제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인 ‘배당가능이익’ 차감 항목이기 때문이다.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자산-부채)에서 자본금과 법규상준비금을 빼서 구한다. 이 법규상준비금 항목에 대손준비금이 포함된다. 즉 당국이 특별대손준비금을 요구하면, 은행이 쌓아놓아야 할 대손준비금이 많아지고, 그만큼 법규상준비금이 늘어나 결국 배당가능이익이 줄게 되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추가로 쌓아놓아야 할 특별대손준비금 규모로 은행당 3000억~5000억원을 보고 있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에 맞춰 배당을 늘리려던 은행 입장에선 그만큼 확대 여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배당 성향은 ▲KB금융 26.0% ▲하나금융 25.6% ▲우리금융 25.3% ▲신한지주 25.2% 등이다. 이를 유지해도 올해 4대 금융지주 배당금은 4조2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은행들은 연초부터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 강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배당 성향이 줄며 기업가치가 감소한 금융지주 입장에선 배당 확대 정책으로 주가 부양 등을 꾀하려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점도 힘을 보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작년 합계 순이익 예상치는 16조5000억원으로, 2021년(14조5000억원)보다 13.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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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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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당국은 건전성 확충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부실이 금융권에 전이되는 일이 없도록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하고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는 금융사에 대해 선제적으로 유동성과 자본확충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과거 위기 때는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했다.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며 힘을 실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로 주주 환원 정책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연초 상승세였던 은행주들이 이번 개정 소식 이후 주춤한 모습”이라며 “선제적 위기관리 차원에는 공감하나, 금융사 입장에선 순익 증가에 따른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는데 어려움이 생겨 주주들의 불만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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