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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李 개인 불법 문제 들고 거리로, 野 장외 투쟁 역사 오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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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두 번째 검찰 소환조사 다음 날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장외 투쟁’을 선언했다. 당 차원에서 거리로 나가 시위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장외 투쟁은 기본적으로 소수당이 쓰는 전략이다. 다수당의 일방 독주를 저지할 힘이 없을 때 거리로 나가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169석의 압도적 다수당이다.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 대선에 패하고도 법안과 예산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 국회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정당이 국회 밖으로 나가 거리 투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 대표 방탄을 위해 필요도 없는 1월 국회 문을 열어 놓고 있다. 방탄 국회이니 이미 의원 수십명은 해외로 나가고 본회의는 1월 30일에야 처음 열렸다. 장외 투쟁을 할 것이었다면 1월 국회를 소집하지 말았어야 했다. 민주당이 주도해 국회를 열었으면 그 국회 안에서 주장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 국회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거리에선 이 대표 방탄용 여론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날 심야 회의에는 이 대표도 참석했다. 민주당의 장외 투쟁이 명분이 서고 국민 지지를 얻으려면 이 대표가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이 대표는 형식상 소환 조사에 응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검사 질문에 답하고 싶은 것만 한다. 중요한 물음엔 묵비권을 행사한다. 불체포 특권도 언제든 행사 가능하도록 방탄 국회까지 열어뒀다.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할 특권들이다.

이 대표는 많은 혐의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정면으로 해명한 적이 없다. 김만배씨의 천화동인 지분 절반 400억원 이상이 이 대표 본인 것이라는 증언이 한때 이 대표 측근들로부터 나왔는데도 설명이 없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30일에도 “그 지분은 이 대표 것”이라며 “공당 대표가 권력을 이용해 힘없는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고 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전부 다 민주당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민주당 의원 중에 대장동, 쌍방울, 백현동, 성남FC, 위례 등 사건을 미리 알았던 사람이 누가 있나. 이런 개인 불법 문제는 개인적으로 해명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 다시 곧이어 당 대표가 되면서 개인 문제를 당 전체 문제로 만들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하고 있다.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 돼 버렸다.

힘없는 소수 야당의 장외 투쟁은 국민 지지를 받은 적도 많았다.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이 그랬다. 그런데 그 반대 역시 많았다. 민주당의 2011년 한·미 FTA 비준 반대 시위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이 외면했고 당의 내분으로 이어졌다. 지금 이 대표 방탄용 장외 투쟁에 내심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민주당은 한 개인의 정당이 아니다. 이 대표 개인 문제는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대응하고 민주당은 민생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 그게 국회를 장악한 다수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책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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