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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외투 먹튀’ 한국와이퍼 대량해고 제동…“청산도 노조 협의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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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기 안산 한국와이퍼 공장에서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조합원들이 숙식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 한국와이퍼분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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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외국투자자본기업(외투기업)인 한국와이퍼가 법인 청산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대량 해고를 통보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업 청산 과정의 대량해고에 관해서도 노동조합의 합의가 유효하다는 첫 판단이다.

30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10민사부(재판장 남천규 부장판사)는 금속노조가 한국와이퍼를 상대로 낸 단체협약위반금지가처분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한국와이퍼는 단협 절차에 따른 노조와의 합의 없이 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해고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와이퍼는 일본 자동차 부품기업 ‘덴소’가 100%를 출자한 자회사다. 현대자동차 등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했다.

한국와이퍼는 지난해 7월4일 주주총회에서 법인 해산을 결의했다. 2021년 10월15일 노조와 “회사는 청산, 매각, 공장 이전의 경우 반드시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고용안정협약을 맺은 뒤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최윤미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장이 지난해 12월7일부터 44일간 단식하기도 했다.

한국와이퍼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청산 절차를 진행했고, 지난 12일에는 소속 노동자 209명에게 해고예고통지서를 보냈다. 사측은 생산시설을 다른 업체에 매각하겠다면서 고용승계를 약속하지 않았다. 한국와이퍼가 2020년부터 청산 절차를 준비했다는 내부문건이 공개되면서 ‘외투자본 먹튀’ 논란도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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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자로 한국와이퍼가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노조원들에게 보낸 해고예고통지서. 209명 전원은 15일 해고예고통지서를 우편으로 전달받았다. 한국와이퍼분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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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와이퍼 측은 “해고를 상법상 청산 절차라고 볼 법률상의 근거가 없다”며 “고용 유지는 사업을 계속 영위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고용안정협약은)한국와이퍼가 노조와 합의에 따라 청산 과정의 해고를 제한하는 내용으로서 유효하다”며 노조의 손을 들었다. 사측과 노조가 협의한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으면 사측은 이를 따를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와이퍼와 노조가 협약을 체결하며 나눈 대화나 문건을 보면 해고가 청산에 포함된다는 것을 전제했다고도 봤다.

법원은 한국와이퍼가 협약서 작성 후 1년 안에 청산을 발표한 것을 두고는 “사측은 이 사건 협약서 작성 이전부터 청산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부터 이 사건 협약서를 준수할 의사가 없었거나 단협상 의무를 준수하지 못할 상황을 예견·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금속노조를 대리한 장석우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정리해고나 기업 구조조정, 기업분할 등에 대한 합의권을 인정한 판결이나 가처분은 있었지만 청산에 대한 노조 합의권을 인정한 결정은 처음이라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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