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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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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출규제 비웃듯…中핵무기연구소, 첨단반도체 몰래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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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WSJ, 중국공정물리연구원 조달문건 분석…

2020년 이후에도 미국산 반도체 다량 확보…

상당수 핵폭발 등 과학분야 연구에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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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 핵무기 연구기관이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도 미국산 첨단 반도체를 상당 물량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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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최고 핵무기 연구기관이 수출 통제 조치를 우회해 미국의 첨단 반도체를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행정부의 강도 높은 대중국 견제에도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칩들을 은밀하게 사들인 것이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국영 핵무기 연구기관인 중국공정물리연구원(CAEP)의 조달 문건들을 검토한 결과 이 기관은 2020년부터 약 2년 반 동안 인텔·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의 반도체를 12차례 이상에 걸쳐 상당 물량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1958년 설립된 CAEP는 최고 실력을 갖춘 핵무기 연구자들을 채용해 중국 최초의 수소폭탄 개발에 일조한 연구기관으로 1997년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 같은 기관이 미국산 반도체를 사들인 것은 미 행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를 위반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외국의 핵무기 연구에 미국산 제품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관련 물품의 수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불법으로 사들인 미국산 칩들은 데이터센터와 개인용컴퓨터(PC)에 사용되는 종류로 중국 내 재판매업자를 통해 CAEP에 흘러 들어갔다. 문제의 반도체 중 다수는 핵폭발 모델링을 포함한 광범위한 과학 분야에 사용되는 계산유체역학 연구에, 일부는 전산시스템 부품으로 각각 조달됐다.

그동안 CAEP에서 발간한 연구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최소 34건의 연구에 미국산 반도체가 사용됐다고 WSJ는 봤다. 이 중 최소 7건의 연구는 핵무기 유지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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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고성능 최첨단 반도체를 중국이 확보할 수 없도록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미국산 반도체가 여전히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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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최첨단 반도체 등을 중국이 확보할 수 없도록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WSJ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미국산 첨단기술 사용에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도전에 직면했다"며 "미국 정부의 노력이 역부족이었음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핵무기 연구기관이 확보한 미국산 반도체는 중국에서 양산이 어려운 7나노미터~14나노미터 사이즈가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11월에는 인텔 프로세서 60개, 엔비디아 칩 49개를 조달했다. 이 가운데는 대량의 데이터 분석 속도를 높여주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V100그래픽처리장치(GPU)도 포함됐다.

CAEP가 구매한 인텔의 제온골드,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등의 경우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를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통상변호사로 활동하는 미 상무부의 전 관리인 케빈 울프는 "해외 거래의 경우 미국의 수출 규제를 적용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수년간 핵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현재 400여 수준인 핵탄두 보유량을 오는 2035년까지 1500개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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