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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고]디레버리징 시대, 금리가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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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머니투데이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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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이었던 가계부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부터 은행권을 시작으로 11월에는 비은행권에서도 가계대출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 172조원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2조7000억원 감소했다. 제2금융권도 같은 기간 48조원 증가한 데 반해 지난해에는 6조원 감소했다. 유형별로는 지난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20조원 증가했으나 과거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기타대출은 23조원이나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줄지 않았던 가계부채가 감소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가계부채가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금리 인상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0.5%에서 3.5%까지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다. 이에 맞춰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동안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증가 속도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이루지 못한 정책 목표를 단 1년 만에 달성한 셈이다. 결국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금리였다.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천하지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부채를 통한 성장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손대지 못한 건 사실이다.

2022년은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된 한해였으나,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고 인식되면서 금리인하 시기를 논하고 있다. 물론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이나 차주의 재무 건전성 문제 등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하지만 어렵게 마련된 기회인 만큼 이제 디레버리징에 대한 논의를 보다 현실화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지난해 2분기 기준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05.6%로, OECD 국가 중 스위스와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글로벌 금리 인상을 주도한 미국은 75.6%에 불과하다. 가계부채 구조를 보면 미국은 고정금리 중심인 반면 한국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다. 각 국가가 직면한 상황이 다른 만큼 차별된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대출시장에서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동안 대출을 너무 쉽고 가볍게 생각해 오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나 개인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1997년과 2008년 두 번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나타난 사회 구조적인 변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올해는 가계부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저금리 시대에는 수익률을 높이는 자산관리가 중요한 목표지만 고금리 시대에는 부채 중심의 가계 재무제표(Balance sheet) 재점검이 중요하다.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부채를 이용한다는 원칙 하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억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 차입 소비나 부채를 통한 자산 증식에 대해 스스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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