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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훔치기 쉽다' 소문난 현대·기아차, 미국 시애틀이 소송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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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절도 방지 장치 없는 차량 절도 기승
시애틀 당국 "공공 안전 위험 책임져" 소송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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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현대·기아차를 노린 절도 사건이 크게 늘었다. 차량에 '절도 방지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탓이라고 본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시 당국이 나서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6일(현지시간) 시애틀 지역 언론 킹5, 긱와이어 등에 따르면 앤 데이비슨 시애틀 검사는 전날 성명을 통해 "현대·기아차는 고객과 대중을 희생시키며 비용 절감을 선택했다"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 결과 도난 사고가 급증하며 경찰과 시민이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며 "현대·기아차는 그들이 유발한 공공 안전 위험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애틀시는 소송을 통해 △절도 방지 조치 △자동차 도난 방지 기금 △엔진 고정 장치 부재로 인한 피해 충당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다.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 내장 칩을 삽입,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다. 그러나 2021년 11월 이전 차종의 경우 해당 장치가 없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해 미국에서는 현대·기아차 중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차량을 훔치는 범죄 놀이가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했다.

시애틀시는 현대차와 기아의 도난 건수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503%, 363%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시애틀 내 차량 절도가 고작 30% 늘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엄청난 숫자다. 시 당국은 "현대·기아차는 급증하는 차량 도난을 알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손을 놓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미국 현지의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주리, 캔자스 등의 차주들은 지난해 차량의 결함으로 도난을 당했다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는 현지 언론을 통해 시애틀시의 소송이 "부적절하고 불필요하다"라고 일축했다. 이미 핸들 잠금장치 지원 및 도난 방지 도구를 제공하는 등 대응 조치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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