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김포~제주 노선 재개 목표
제주 노선 정상화 후 일본 노선도 열 계획
부품 공유, 기내서비스 유료화 등으로 비용 절감
VIG 고위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나 "4월부터 김포~제주 노선을 재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VIG는 운항 등 이스타항공의 경영은 조중석 신임 대표 등 경영진에게 일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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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본사./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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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G의 첫 번째 목표는 AOC 재발급 후 제주 노선 재개다. 항공 업계 관계자도 "알짜 노선인 김포~제주부터 운항을 시작하고, 이후 국제선으로 노선 재개를 점차 확대할 계획일 것"이라고 말했다.
VIG와 항공 업계는 이스타항공의 강점으로 슬롯과 작은 몸집을 꼽는다. 슬롯은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가능 횟수를 말한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기재(항공기) 수는 3대, 2020년 1월 기준 이스타항공의 노선은 36개(국내선 4개, 국제선 32개)였다.
항공업은 비행기를 띄워야 돈을 버는 구조다. 이스타항공과 같은 저비용항공사(LCC)는 낮에는 국내선, 밤에는 국제선 등 항공기를 하루 12시간 이상 띄워야 수익이 난다. 항공기 가동률 75~80%를 손익분기점(BEP)으로 보고 있다. 과거 LCC의 동남아 노선 출발 시간이 대부분 저녁이었던 배경이다.
특히 비행기를 띄우려면 슬롯 확보가 중요하다. 한 노선에서 슬롯을 많이 가질수록 항공기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현재 김포~제주 슬롯은 빡빡하다. 인기 많은 국제선도 마찬가지다.
이스타항공은 에어로케이·플라이강원 등 신규 항공사보다 노선과 슬롯은 많고, 기존 LCC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기재 관련 고정비 지출은 적다. AOC를 재발급받은 후 비행기 6대까지는 국내선 슬롯을 유지하는 데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선 재운항이 안정되면 국제선도 정상화할 계획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국제선으로 확대하면 과거에 경쟁력이 있었던 일본 노선을 우선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노선은 중국 노선과 함께 LCC의 황금 노선으로 꼽힌다. 두 노선 모두 전체 매출의 각각 20% 수준을 차지했다. 일본 노선부터 공략하는 것은 중국 노선 불확실성과 기재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면서 중국 노선이 사실상 전멸했다. 일본 노선은 기재가 최소 10대 이상이면 운영할 수 있는데, 중국 노선은 15대 이상까지 확대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항공업, 비용 절감으로 이익 내기 좋은 산업"
VIG가 항공사 인수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6년부터다. 코로나19 이전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VIG를 비롯해 사모펀드 업계는 "가격만 맞으면 좋은데 아쉽다"라며 주목했다. 사모펀드 업계는 항공업이 비용 절감 후 이익을 내기 좋은 산업으로 본다. 항공 업계는 JKL파트너스가 티웨이항공에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과 JC파트너스가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의 대주주가 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방식은 LCC의 경영 전략 중 하나다. 이를 극대화한 글로벌 LCC가 에어아시아다. 물·식사·스낵 등 대부분의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이스타항공이 당장 기내 서비스를 유료화할 가능성은 작지만, 소비자 저항이 적은 부문부터 유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항공사의 경우 매출 비중은 여객보다 화물이 더 크다. LCC는 면세품과 기내 음식료 등 부가서비스가 주력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LCC 업계는 프랜차이즈와 기내식 협업, 굿즈 협업 등으로 판매 수익을 극대화했다.
부품 공유 등으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단거리 노선만 운항하면 기재를 통일할 수 있다. 부품 구매부터 재고관리까지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도 다른 항공사에 수혜로 돌아올 수 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두 항공사의 LCC 계열사 세 곳(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도 하나로 합쳐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노선도 일부 정리돼 남은 LCC나 HSC에 양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대한항공은 합병 승인을 위해 노선 일부를 LCC 혹은 HSC에 양도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해외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데, 독과점 우려에 노선 일부를 경쟁사에 내주고 있다. 항공 업계는 "해외 경쟁사보다 국내 경쟁사에 노선을 배분하는 것이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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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에어프레미아가 수혜를 입었다. 하이브리드항공사(HSC)로 분류되는 에어프레미아는 대형사가 아닌 항공사 중 처음으로 인천~LA 노선에 취항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인천~파리 노선 역시 에어프레미아가 가져갈 확률이 높다. 현재 장거리 운항이 당장 가능한 항공사는 에어프레미아다. 티웨이항공도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A330-300 도입 계획을 밝혔지만, 미국이나 유럽 운항은 아직이다.
단거리 노선 역시 슬롯이 일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대상을 제외하면 남아있는 국내 LCC는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5곳과 HSC 에어프레미아를 포함해 총 6곳이다. 이 가운데 에어프레미아는 장거리 특화 항공사로 전략을 세웠으므로 사실상 5곳이 경쟁하게 된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노선과 슬롯은 국토부에서 배분한다"며 "항공사의 운항 경력, 운항 시간, 사고 여부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골고루 나눈다 해도 기존 항공사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VIG 관계자는 "당분간 이스타항공의 적자가 이어지겠지만 운항을 본격 재개하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며 "5년 내 이스타항공 매출 규모를 5000억원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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