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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28] 중국인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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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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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우러렀다”는 표현을 한자로 적으면 구앙(久仰)이다.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는 말은 ‘제 눈에 문제가 있다’는 뜻의 안졸(眼拙)로 적는다. 때로는 ‘예의를 잃었다’는 뜻의 실경(失敬)으로 “죄송하다”는 표현을 대신한다.

중국인들이 자주 썼던 예절과 격식의 용어 흐름이다. 남에게 의견을 구할 때는 ‘가르침을 부탁하다’는 뜻의 청교(請敎)라는 단어를 붙이고, 뭔가를 물을 때도 ‘여쭙다’는 뜻의 청문(請問)이라는 말을 꼭 먼저 올리던 중국인들이다.

남의 집이나 사무실을 방문할 때는 ‘엎드려 찾아뵙다’는 의미의 배방(拜訪)을 사용하고, 남이 내 집을 찾아올 적에는 ‘영광스럽게 찾아주시다’는 뜻의 광림(光臨)이라는 말을 썼다. 진심에서 우러났든 아니든, 예절에서만큼은 품격이 있었던 중국인들이다.

요즘은 이런 예절과 격식이 사라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를 받치던 교양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중국인의 자질(資質)’ 문제가 지구촌의 화제다. 세계 도처에서 매너 없는 중국인, 소란 피우는 중국인, 생떼 쓰는 중국인이 주목을 받는다.

“한국이 중국의 음력설을 훔쳤다”며 영국 박물관을 댓글로 공격했던 중국 누리꾼들이 화제다. 오랜 문화 현상에 거꾸로 국적(國籍)을 매겨 제 것이라고 우기는 중국인들의 행태가 한심하다 못해 가엾기까지 하다.

공자(孔子)는 생전에 문질(文質)을 말했다. 앞의 문(文)은 예절이나 문화로 잘 가꿔진 상태, 뒤의 질(質)은 꾸미지 않은 천연의 바탕이나 토대 등을 가리킨다. ‘문화’의 요소로 ‘바탕’을 제대로 다듬지 않으면 공자는 그 상태를 ‘야(野)’라고 했다.

공자가 말한 그 ‘야’는 야비(野鄙)와 천박(淺薄)으로 풀어도 좋다. 품격이 있었던 중국의 문화는 이제 그 수준으로 타락했다. 제 좋은 요소를 잇고 발전시키지 못한 ‘실패’를 오늘의 중국은 얼마큼 심각하게 받아들일까.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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