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진주지원 이장형 부장판사, 사비로 사 15차례 현장검증 활용
"현장 상황 더 자세히 살펴 사법부에 대한 신뢰 높일 것"
드론 날리는 이장형 부장판사 |
(진주=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현장검증 때 지상에서 찍은 사진은 평면적이어서 전체를 담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드론으로 찍은 사진은 입체적으로 보여줘 현장을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6일 창원지법 진주지원 민사단독 이장형 부장판사는 드론을 활용한 현장검증 경험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 부장판사는 "현장 사진을 비유하자면 장님들이 코끼리 만지기 같은 것이어서 현장을 다녀온 저로서는 감이 오지만, 가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다. 드론을 날려 하늘에서 전체를 조망한 사진은 객관적인 자료여서 당사자와 소송대리인들도 소송 결과에 더 쉽게 승복할 수 있고, 상급심에서도 입체적으로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겠다 싶었다"라며 현장검증에 드론을 활용한 계기를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사비를 들여 드론을 샀고 온라인에서 동영상으로 조종법을 익히고 드론 자격증(4종)도 땄다.
그는 같은 해 5월 처음 드론으로 현장 검증한 이후 지금까지 15차례 드론을 활용한 현장검증을 벌였다.
3건은 종결됐고 나머지는 진행 중이다.
이 부장판사는 재판 대상인 논에 물이 가득 차 있어서 접근조차 어려웠는데 드론 덕에 현장을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 배수관로를 막아 딸기 재배 농민들에게 재산 피해를 준 건설업체에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 과정에서 전체 물흐름을 파악, 잘잘못을 판단하는데 드론이 큰 역할을 했다.
공유물분할을 구한 사건에서 수풀이 우거져 현장 접근이 쉽지 않았는데 드론으로 현장을 촬영해보니 토지의 형상이나 도로와의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현물분할이 어려움을 알 수 있었고, 따라서 경매분할로 판결을 내렸다.
당사자도 판결 결과를 수긍해 항소 없이 사건이 종결되기도 했다.
증축한 부분이 기존 건물 부분에 부합되었는지 쟁점이 된 사건에서는 드론 촬영 결과 증축 부분이 기존 건물에 부합되었다고 판단되는 등 드론이 사건 판단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는 '다른 방식의 현장검증 방식을 고려하나'라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지만 새로운 기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대답했다.
이 부장판사는 "드론까지 띄워 현장을 살펴본다는 것은 상당한 만족감을 줄 것이다. 당사자나 변호사도 평면적인 현장만 보다가 검증조서에서 하늘에서 찍은 사진을 처음으로 보면 소송 결과에 더 수긍할 수 있을 것이고 상급심에서도 현장 상황을 더 입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드론을 활용한 현장검증이 현장 상황을 더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어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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