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출산율을 매년 경신하는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결국 작년 말부터 고용시장에 실제 충격으로 닥친 것으로 확인됐다.
취업자 수 증가폭에서 인구효과가 작년 4분기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당초 전망한 시점보다 1년 앞당겨진 것으로, 2030년을 전후해 경기가 아무리 호황이어도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취업자는 매년 감소하는 사태가 일상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매일경제는 25일 KDI와 함께 지난해 월별 취업자 수 증감폭을 고용효과와 인구효과로 나눠 분석했다. 고용효과는 국내외 경기가 호황인지, 불황인지에 따른 취업자 증감폭을 수치화한 것이다. 인구효과는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와 외국인 근로자 유입 등 인구 변화에 따른 노동력 변동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이를테면 작년 1월에는 2020년 1월과 비교해 인구 변화에 따른 노동력 증가폭이 10만900명이었으나 기업들의 고용 상황이 좋지 않아 고용효과는 마이너스를 기록해 이를 합친 전체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분석 결과 월별 취업자 가운데 인구효과가 차지하는 숫자는 작년 11월 -5300명, 12월 -3만3900명 등 11월부터 감소로 전환했다. KDI에 따르면 노동시장에서 인구효과가 음수로 나타난 것은 작년 11월이 처음이다. 인구효과가 음수라는 것은 노동력 공급의 마이너스가 시작됐다는 뜻이다. KDI는 인구효과의 음수 전환 시점을 올해(연간 -1만8000명)로 전망했으나 그 시기가 1년 당겨졌다. KDI는 매월 취업자 수를 고용효과와 인구효과로 나눠 분석하지만 공표는 하지 않고 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월별 취업자 수를 분석하면 인구효과는 월간 13만~18만명대 증가세를 꾸준히 기록해왔다. 경기 여건에 관계없이 그간 누적돼온 생산가능인구 덕분에 취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그 숫자가 10만명 미만으로 급격히 감소하더니 결국 4분기에 마이너스 전환했다. 생산가능인구 누적에 따른 효과가 끝나고 '일자리가 있어도 일손이 없는 시대'가 조금씩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노동시장에서 수치로 나타난 인구효과는 급격한 생산가능인구 축소와 함께 매월 수십만 명씩 감소효과를 그릴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 여건이 좋아 일자리 수요가 매월 수십만 명씩 증가해도 인구효과가 이를 갉아먹는다는 얘기다.
이르면 2030년 전에 인구감소효과가 고용효과를 압도할 것으로 KDI는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고용시장 주요 지표로 보는 월간 취업자 수가 경기 여건과 관계없이 마이너스를 그리게 되는 것이다. 김지연 KDI 부연구위원은 "매년 국내외 경기 변동으로 고용 여건이 달라지지만 아무리 고용시장이 호황이어도 2030년을 전후해 전체 취업자 수는 인구효과를 이기지 못하고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며 "고용지표에 인구감소효과가 반영되며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고용지표에 인구효과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지표를 재설계하는 것은 물론, 인구 변화를 반영해 고용 정책도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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