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경관 지켜라"…신도시는 '시트지'와 전쟁 중

미관 해쳐 주민 반발…철거 명령해도 강제성 없어

시트지로 가득한 인천 검단신도시 상가 건물 [인천시 서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인천 신도시를 중심으로 상가 건물 유리창에 시트지 광고물을 부착하는 사업자와 이를 반대하는 주민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인천시 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 11∼12월 검단신도시 내 상가 건물 6곳 점포 133개에 시트지 광고물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신축 건물 유리창에 시트지가 무분별하게 부착돼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관할 구청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선 것이다.

서구는 지난해 4월 검단신도시 내 상가 2층 이상 점포에 시트지 부착을 금지하는 지침을 만들어 불법 시트지와의 전쟁을 예고했다.

시트지 광고물은 벽면을 유리로 감싸는 '커튼월' 공법 건축물이 인기를 끌면서 함께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옥외 광고물이다.

주로 가게 홍보 역할을 하다 보니 유리창 전체를 덮는 시트지에 상호와 대표번호가 큼직하게 들어가며 눈에 잘 띄는 색감과 글씨체가 쓰인다.

일례로 검단신도시의 10층짜리 상가 건물은 1층을 제외한 전체 층에 빠짐없이 다양한 형태의 시트지가 빼곡하게 붙어있다.

검단뿐만 아니라 송도·청라 등 신축 상가 건물이 밀집한 신도시에서는 일반적인 간판 대신 시트지를 흔히 볼 수 있다.

송도국제도시 상가 건물에 부착된 시트지 [촬영 김상연]

시트지 광고물이 남발하는 이런 현상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건물마다 부착된 각양각색의 시트지가 전체적인 도시 경관을 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시트지 광고물 부착 업체를 상대로 불매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업주들은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며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애초 상업적 목적의 건물인 데다 시트지 부착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부착 여부는 전적으로 업주가 결정할 몫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서구는 시트지 부착 업체에 철거 명령을 내리고는 있지만,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은 없어 이행률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창문에 광고물을 부착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하는 대상은 아니어서 행정적으로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서구는 업체들이 자진해서 시트지 정비를 신청할 경우 철거를 무상으로 대행해주는 방식까지 검토하고 있다.

서구는 현재 검단에서 공사 중이거나, 착공 전 건물을 포함하면 앞으로 100여곳의 상가를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고 지속해서 시트지 부착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서구 관계자는 "쾌적한 경관을 위해 바람직한 옥외 광고물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며 "주민단체 등과 연계해 시트지 부착 금지와 관련한 안내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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