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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중국 정부가 ‘춘제’(중국의 음력설)를 맞아 국민들의 결속을 강조하며 민심 회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의 여진이 남아있는데다, 중국 문화의 강조가 ‘중화주의’(중국 우월주의)로 왜곡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인민일보,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23일 춘제를 맞이한 중국 각지의 풍경들을 보도하며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은 사회 분위기를 부각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올 춘제를 앞두고 3년간 계속돼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바 있다. 일각에선 춘제로 인한 코로나19의 재확산을 우려했으나, 관영매체들은 방역 규제 폐기에 따른 활기찬 분위기를 강조한 것이다.
신화통신은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춘절에 고향을 찾지 못했던 이들의 사연을 전하며 “올해는 깊은 그리움을 달래는 재회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우한시 황피(黃陂)구 지역과 윈난성 훙허하니족이족자치주에서 열린 춘제 행사들을 소개하며, 새해 기대로 가득찬 주민들의 분위기를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올해 행사는) 전염병이 창궐했던 지난 3년간 가장 즐거웠던 행사”라는 한 주민의 말을 전했다.
반면 BBC 등 서방 매체들은 관영매체들의 선전과 달리 올해 춘제가 어떤 이들에게는 새해를 축하하기 힘든 시간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족들이 모이기를 열망하지만 당국의 부실한 방역 대처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된 친척을 돌봐야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걸렸는지 서로에게 물어보는 것은 이번 춘제에 흔한 인삿말이 됐다”고 BBC는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춘제를 맞아 중국 문화의 중요성과, 이를 통한 국가 정체성의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신화통신은 미국 뉴욕과 칠레 산티아고 등 외국에서 열린 중국의 전통 문화 축제들을 소개하며 “이를 통해 우수한 전통 문화가 이어지고 가족과 국가에 대한 연대의식이 생겨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춘절과 관계된 무형 문화유산들이 국민들의 집단 의식을 고취해 국가 정체성을 각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춘제를 맞아 중국 극장가에는 애국주의 영화가 대세를 이뤘다. 온라인 티켓 판매 플랫폼 ‘마오옌’ 등에 따르면 애국주의적 성향이 강한 영화인 <만강홍(滿江紅)>을 비롯해, 중국인 우주비행사가 지구를 구하는 내용을 담은 <유랑지구2> 등이 이날 기준으로 좌석 점유율에서 선두권을 형성했다. 항일 투쟁과 국공내전(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무명(無名)>도 흥행 순위 4위에 올랐다.
하지만 민족 정체성을 강조하는 이같은 분위기는 배타적 민족주의에 빠진 중국 누리꾼들의 일탈행위로도 이어졌다. 한국의 일부 연예인들과 영국박물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설을 ‘Chinese new year’(중국 설)가 아니라 ‘Lunar new year’(음력 설) 로 표기하자 중국의 일부 꾸리꾼들이 악성 댓글로 이들을 공격한 것이다. 영국박물관은 댓글 테러를 당하자 ‘중국 설’이라고 표현을 바꾸기도 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BBC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각국이 설을 쇠는 문화가 다르므로 다른 용어를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음력 설은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베트남 등의 명절이기도 하기에 국제사회에선 최근 중국 설보다 음력 설이란 명칭을 쓰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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