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가 또다시 검찰의 칼날 위에 섰다. 그는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다.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나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지 18일 만이다. 공교롭게도 28일은 그가 정확히 취임 5개월째를 맞는 날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한 직후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덮으면서, 사적 이익을 위해서 검찰권을 남용하는 일부 정치검찰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고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잘못도 없는 제가, 또 오라고 하니 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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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28 전당대회에서 77.77%의 역대 최고 득표율로 민주당 대표가 된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 끝도 민생”이라고 외쳤다. 수락연설문에서 ‘민생’이란 단어는 11번 등장했고, ‘검찰’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나섰다가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던 과거와 단절하고, ‘민생 우선’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의 공언과 달리 거듭되는 수사 국면을 거치며 민주당은 다시 검찰과의 전쟁에 매몰됐다. 최고위원들은 연일 “윤(尹)검무죄, 무검유죄”, “김건희 수사는 안 하느냐, 못 하느냐”며 검찰을 성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4년 중임제’ 개헌과 ‘9대 민생프로젝트’라는 새 이슈를 던졌으나, 세간의 관심은 오로지 사법리스크에 집중됐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의원조차 “어떤 이슈를 던져도 결국은 검찰 얘기로 돌아온다. 마치 늪에 빠진 듯하다”고 호소할 정도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나흘 앞둔 2019년 9월 2일 오후 국회에서 예고 없이 개최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질문하는 취재진을 응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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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검찰과의 악연은 4년 전 ‘조국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이 2019년 8월 27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민주당은 검찰 비판에 전 당력을 집중했다. “검찰이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조국 전 장관은 재임 36일 만에 사퇴했고, 민주당은 이듬해 1월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을 통과시켰다.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민주당 정권과 검찰의 갈등은 계속됐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유례없는 검찰총장의 직무 배제 결정(2020년 11월)과 정직 2개월 징계(2020년 12월)을 잇따라 내렸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끝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정계 입문을 거쳐 지난해 3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을 이틀 앞둔 지난해 3월 7일 대전 서구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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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로 촉발된 ‘검찰과의 전쟁’이 정권 교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는 ‘검수완박’ 주장과 거리를 뒀다. 대선 기간 민주당 강경파 의원 사이에서 “이재명 후보가 2차 검·경 수사권 조정에 소극적”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대선 슬로건으로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대통령’을 내걸었던 이 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출 10대 공약에서도 ‘검찰 개혁’은 뺐다.
그런 이 대표가 끝내 검찰 수사 대상이 되고 민주당 전체가 다시 검찰과의 전쟁으로 내몰리자, 민주당 내부에선 적잖은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와 검찰의 갈등이 정권교체로 이어진 것처럼 이번 충돌이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수사를 질질 끌면서 내년 총선까지 사법리스크를 이어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의적인 지연 전술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제수사와 기소 시점에 대한 결정권이 모두 검찰에 있는 상황이라 이 대표 입장에선 탈출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결국은 법정에서 무죄를 받아서 끝내야 한다”면서도 “자칫 재판이 길어지면 총선은 물론 차기 지방선거, 대선까지 모두 재판을 받으며 치러야 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검찰 간의 첫 갈등을 점화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선고 공판은 다음 달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조국 사태’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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