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70:1, 일부 직종은 6000:1로 치솟아
정부, 민간 기업 옥죄자 국유기업·공무원에 관심 쏠려
코로나 사태로 실적 압박 받는 기업에 등 돌려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 응시자 수 추이. 단위 만 명. 2023년 응시자 수 259만 명. 출처 니혼게이자이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에서 국가공무원 취업 인기가 치솟으면서 올해 시험에는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응시자가 시험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달 7, 8일 진행된 2023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에는 약 259만 명이 응시했다. 채용 인원은 3만7000명으로 경쟁률이 70 대 1이라는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4년 연속 채용 인원을 늘렸음에도 응시자가 그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중국 서부 칭하이성 세무서에 1명을 채용하는 데 6000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무려 6000 대 1로 치솟았다. 지난해 티베트 자치구 우체국에서도 1명 채용에 5000명이 몰리기도 했다.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은 ‘궈카오’로, 이를 통과하면 중국 중앙기관과 그 직속기관에서 일하게 된다. 궈카오는 대학 입시 시험인 ‘가오카오’와 함께 중국에선 가장 통과하기 어려운 시험 중 하나로 꼽힌다.
2020년 11월 30일 중국 장쑤성 난징의 한 대학에 국가공무원 시험 응시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난징(중국)/신화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난이도가 높은 데다 경쟁률도 치열한 국가공무원 인기가 치솟는 배경에는 시 주석의 ‘국진민퇴’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국유기업 등 공적 부문 육성을 우선하고, 민간 부문 규제를 강화하는 국진민퇴 정책에 따라 민간 부문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시 지도부는 2021년 이후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과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등을 법령 위반으로 잇따라 처벌하며 정보기술(IT) 기업 옥죄기에 나섰다. 이후 대표적인 중국 기업가인 마윈 알리바바그룹 설립자까지 앤트그룹 지배권을 포기하면서 ‘마윈조차’라는 두려움이 확산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시 지도부가 고강도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단행했고, 이에 부동산, 금융, 소매업 등 많은 기업이 실적 압박을 받았다.
지난달 겨우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지만, 이번에는 확진자 급증이 기업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중국 청년들의 머릿속엔 ‘안정 제일’이란 우선순위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유명 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닛케이에 “국가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며 “코로나19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베이징시의 한 학생도 “높은 임금도 필요 없다”며 “일이 없어질 걱정이 없는 안정감을 원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국가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면 국유기업 취업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약 20%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기회가 사라져가는 중국 경제에 실망한 청년들에게 기댈 곳은 이제 국가공무원 시험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이투데이/정영인 기자 (oin@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